한국일보

‘육영수의 사랑과 눈물’을 읽고

2013-05-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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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택 (John Jay 대학 명예교수)

나는 초기 유학생으로서 1961년 이후 계속 미국에 거주하다가 한국을 떠나온지 23년만인 1984년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여 일년동안 경찰대학과 동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다. 그때 새마을 운동 본부에서 홍보부장으로 활약하던 문무일씨와 친교를 맺게 되었다. 그는 이번에 출간된 책 ‘비운의 퍼스트레이디 육영수의 사랑과 눈물’의 저자이다.

한국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던 1960년-70년대의 나는 20-30대의 가슴 뜨겁게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하던 대학원생으로서 그당시 박정희대통령의 군사정권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그분의 초청도 거부한 바 있으며, 그로인해 영부인 육영수 여사를 한번도 만나 본 일이 없다. 간간히 들려오던 소식으로 미루어 찬반론이 무성하게 얽히던 부군 박대통령과는 달리 부인 육영수 여사는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부터 시종일관 칭송과 존경을 받고 있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얼마전 뜻밖에 보내온 문무일씨의 저서 ‘비운의 퍼스트레이디 육영수의 사랑과 눈물’ 을 읽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그분이 얼마나 고귀하고, 후덕하고, 훌륭한 여성이었는 지를 깨닫고 숙연해짐을 금할 수 없었다. 육영수 여사야 말로 한국 근대사에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혁명가의 내조자이자 동반자 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나타나는 육영수 여사는 첫째로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슬기로운 주부인 동시에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성심 성의껏 내조하는 대통령의 부인이라기보다는 순박한 군인의 아내이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의 부인이 된 이후부터는 정치혁명, 산업혁명에 여념이 없는 남편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사회혁명, 정신혁명을 이끌어 나간 조용하면서도 영향력 있는 내조자 였다.

그는 한국역사에 유례없이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여 경제 자립국가를 이루려고 일심정진하는 남편을 도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육영수 없는 박정희는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 작가의 믿음인 듯 하여 수긍이 가는 결론이다.
청와대 안주인으로서의 육영수 여사는 대통령과 국민사이에 가교가 되어 국민들의 답답한 사정과 대통령의 귀에 듣기싫은 사연이라도 열심히 귀담아 듣고 솔직하게 전해주는 ‘청와대의 귀’ 역할을 톡톡히 함으로써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 하면서도 지극히 존경하는 ‘청와대의 야당’ 노릇을 맡았다.

아울러 박대통령이 소신껏 행동 할 수 있도록 극진한 내조를 하여 그의 정책실현에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육영수 여사는 항상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에게 잘 살 수 있는 방법과 희망과 의지를 심어주는데 심혈을 기울인 명실공히 사회혁명, 정신혁명가 였다.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은 한국과 한인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양해 나아가야 할 인성교육의 절실함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속에서 혼탁해진 가치판단의 기준과 메말라가는 국민정서를 정립시키고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고 육영수 여사의 고귀한 인품을 기리며 지양하는 범국가적이고 범국민적인 인성교육이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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