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머가 필요한 시대

2013-05-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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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제1차 세계대전 후 세계적인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겪은 가정 이야기다. 채플린의 가정은 당시 살림이 너무 피폐해 집안 분위기가 늘 어둡고 침체했다. 그때 당시는 사회분위기도 그와 같아서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 끼라곤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시 채플린의 가족은 생계 해결을 위해 모두 일을 했는데 너무나 고되고 피곤하다 보니 집에 돌아와서도 웃음은커녕, 다들 낙담하고 절망하는 분위기였다. 이를 보고 채플린은 매일 피곤에 지쳐 돌아오는 식구들을 위해 유머 하나씩 식탁에서 내놓아 그들을 웃겼다. 이때부터 그의 가족은 그의 유머에 배꼽잡고 웃다보니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활기차게 이겨낼 수 있었다.

채플린의 이런 태도가 결국 그를 세계적인 희극배우로 만들면서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그의 유머는 전 세계인의 어두운 생활과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획기적인 모티브로 회자돼 왔다. 유머하면 우선 떠오르는 인물이 에이브라함 링컨대통령이다. 링컨은 본래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지독한 가난과 고난속에서 자라 슬픔과 우수가 항상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런 기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것이 유머를 통해 슬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었다.
링컨은 풍부한 유머 사용으로 자신의 침체된 감정에 대처했고 대중에게는 즐거움의 휴식과 지혜를 선사했다. 링컨은 남북전쟁 중 나이어린 탈영병들을 사면해 준 일이 있었다. 이를 접한 그의 측근 한 명이 따져 물었다. 링컨의 대답은 ‘글쎄 이 불쌍한 젊은 친구들은 말이야, 상대방에게 총을 쏘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던 거야, 안 그래?“ 이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이외에도 그는 자신의 독창적 유머로 견해를 달리하는 정적들의 마음도 많이 움직였다.


유머 하면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의 특출한 유머감각도 빼놓을 수 없다.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의 위기 때마다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민심을 하나로 결집해 고비를 넘기곤 하였다. 그가 유세 중 총탄을 맞았을 때 수술을 집도할 의사에게 “당신 공화당 맞죠?”라는 유머로 침체된 병원분위기를 바꾸기도 했다.
윈스턴 처칠은 자신을 끔찍이 싫어하는 레이디 에스더라는 여성국회의원이 자신이 한 연설후 손가락질을 하면서 “당신이 내 남편이었으면 당신 커피에 독을 탓을 것”이라고 말하자 ‘내가 당신의 남편이었다면 서슴지 않고 그것을 마셨을 것이요.”라는 우스개로 멋지게 응답,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고 한다.

적절한 유머는 사용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촉매제가 된다. 그리고 긍정적인 유머는 고난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유대인은 부모 자식간에, 심지어는 교사와 학생들 간에도 자유로이 유머를 나누며 웃고 즐긴다. 유머는 어디에서든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머는 가정이나 주변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마음을 여유롭게 하며 고난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생활의 활력소이다.

어느덧 벌써 5월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했던가! 사방에 꽃이 만발하고 나무에 푸르른 잎새가 무성하다. 햇볕도 눈부시게 찬란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감과 수심이 가득해 보인다. 무엇보다 서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정신적, 가정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요즈음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연일 전쟁분위기로 어수선하고 미국도 테러문제로 시끄럽고 보니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찰리 채플린이 절망적인 황폐함 속에서도 유머를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들도 유머를 부지런히 주고받아야 하지 않을까. 유머는 절망에 놓인 현실을 희망과 기쁨으로 반전시켜 우리의 침체된 삶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전진해나가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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