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로에 선 미국

2013-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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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오바마 행정부 대 테러정책에 대해 미국의 진보진영에서는 비판의 소리를 내고 있다. 요지는 조종사가 타지 않은 채 미 국방부 내에서 컴퓨터로 조종이 가능하고 경찰임무 외에 필요하면 요인을 암살하거나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에 대한 것이다.

이 작전은 버락 오바마정부 이후 급증했으며 그로 인해 이슬람 지도자 안와르 압올라키를 사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 수 백 명이 목숨을 잃고, 미국내에서 사용할 경우 국민의 자유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런 논제가 아니더라도 이번 보스턴마라톤 대회 도중 일어난 테러사건은 미국의 본토도 이젠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대 테러 정책에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출전한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에 나온 8세 어린이 등 무고한 시민 세 명이 죽고 170여명이 부상당한 반인륜적 테러, 이를 감행한 범인은 조사결과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버젓이 살고 있던 젊은이 형제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체첸출신의 극단적인 이슬람 신봉자로 그동안 미국에 대해 증오심을 키워오다 그러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범인이 생포 당시 많은 양의 폭탄을 지참하고 있었으며 폭탄 저장소까지 발견됐다니 추가 테러 가능성도 있었다는 소름끼치는 보도이다.

3,000여명이 희생된 지난 2001년도 9.11테러 이후 미국은 10여 년간 해외 테러리스트들의 입국을 막기 위해 공항 및 주요 공공건물 등에 시큐리티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또 테러리스트 조직을 뿌리 뽑기 위해 매년 수천만 달러씩의 군사비를 지출하면서 이라크전쟁을 수행했고, 조직의 우두머리인 빈 라덴을 제거하는 등 대 테러정책에 혼신을 다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예상치 않게 고개를 드는 국내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보스턴 테러사건은 초강대국의 위치에서 계속 딜레마에 빠져드는 미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위기를 돌파할 특단의 리더십을 통해 국가안보 및 국민 대통합의 새로운 정책 수립이 필요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제국의 미래’를 집필한 예일대학의 에이미 추아 교수를 비롯, 미국의 여러 석학들이 제기한 미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들이 새삼 설득력을 얻는 현실이다. 추아교수는 미국이 앞으로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치를 계속 고수하려면 그동안의 관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고한 안보정책은 물론, 국내 불만세력을 잠재우는 보다 폭넓은 관용정책을 심도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미소 냉전시대 당시 미국의 상황은 소련과의 사이에 세계 주도권을 놓고 쟁탈전이 한창 벌어지던 시기였다. 그 무렵 소련은 우주선을 미국에 앞서 발사하고 미국의 접경지인 쿠바에 미사일 설치를 기도했다. 이런 소련의 무력증강과 공산화 움직임에 미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에 달했었다.

지금의 미국도 당시 위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국내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말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국가안보 및 국민 대통합을 강조한 새로운 의미의 ‘뉴 프론티어 정신’이 필요하다.

위기 속에서 케네디는 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탁월한 지도력으로 미국을 초강대국의 반석에 올려놓았다. 시기적으로 어려운 이 때, 위기를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국가를 반석위에 다시금 올려놓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지금 이 미국에 요구된다.

국민들도 케네디가 대통령 취임때 한 유명한 연설문의 요지처럼 “조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가”를 생각해 볼 때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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