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원히 지구에서 추방돼야할 두 마디

2013-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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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만물이 약동하는 사월. 봄기운이 천지에 깃들어 아지랑이 모락모락 나뭇가지 사이로 피어오르는 사월. ‘누가 사월을 잔인하다고 했냐’며 썼던 지난 번 글이 무색하게도 사월은 그냥 순조로이 지나가지 않는다. 숨겨져 있던 잔인함을 4월은 드러낸 것 같다. 보스턴마라톤대회 폭탄테러. 3명이 죽고 180명이 다쳤다. 사월은 진정 잔인한 달인가.

183x4=732. 732x10=7,320. 테러로 죽음당한 3명과 부상당한 180명 등 모두 183명이지만 직접적인 상처는 732명이 당한 셈이다. 왜냐하면 183명에겐 부모(2)와 형제나 자매(2) 등이 있어서 그렇다. 732명에게 친지가 10명씩 있다고 하면 모두 7,320명이 마음에 아픔을 당했다고 볼 수 있다. 테러가 수천 명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수천 명만이 아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수십억의 지구 안 사람들에게 안겨 준 잔인함이었다. 왜 이런 테러가 또 발생한 걸까. 2011년 9월11일 쌍둥이빌딩이 테러로 무너진 후 12년 만에 일어난 미국내의 폭탄테러. 미국의 안보에 구멍이 다시 뚫렸나. 세계의 경찰국가로 세계안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미국이 자국 내의 테러엔 속수무책이다.

조사에 따르면 압력밥솥이 폭탄으로 사용됐다 한다. 100달러 정도의 비용만으로도 손쉽게 사제폭탄을 만들어 압력밥솥에 넣어 원거리조정으로 스위치만 누르면 폭발하게 돼 있단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알카에다 테러조직체들이 올려놓은 폭탄 만드는 제조기술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하니 세상 어디 무서워서 이대로 살겠나, 어지러워진다.


테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 중에 가장 극렬한 악에 속한다. 왜? 테러로 인해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거나 희생당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테러다. 그런데 존재한다. 이것이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테러를 송두리째 뿌리 뽑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것은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한 끝까지 남을 것이기에 그렇다.

무저항 비폭력을 행동으로 옮긴 인도의 간디는 영국식민지였던 인도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살다 결국 테러로 인해 사망했다. 1948년 1월30일, 힌두교의 급진주의 무력단체 소속의 나트람 고드세에게 총을 맞고 쓰러져 살아나지 못했다. 간디의 중심사상은 ‘아함사-무상해(無傷害)’로 “상황유무를 떠나 사람을 상하게 해선 절대 안 된다”이다.

간디가 주창한 무저항 비폭력주의는 옳은 사상이다. 폭력은 금물이다. 특히, 테러는 더 금물이다. 그러나 세상 곳곳에선 지금도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 있고 또 준비되고 있다. 빈 라덴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를 추종하는 많은 알카에다 조직원들과 각 종 테러단체들은 테러로 사람을 죽이지 못해 눈이 벌게서 있다.
“신이 있다면 왜 테러분자들을 몽땅 잡아가지 않을까?” “아무 죄도 없이 착하게만 사는 사람들에게 닥치는 불행은 무엇 때문일까?” “세상엔 왜 악이 존재하는가?” “도대체 악이란 무엇인가?” “왜 선한 사람이 악에 의해 죽어야만 하는가?” 어느 신자의 질문이다. 아니 이 질문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보편적 질문이요 답답한 마음이기도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문제. 이 문제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도 없을 게다.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간단한 예로 답할 수 있다. 평화롭게 잘살아 보려 하는 것은 선이고 파괴와 폭력으로 평화를 깨트리는 것은 악이다. 고로 테러는 악이다. 테러를 악이 아니라 할 사람은 테러조직원이거나 잘못된 신앙과 사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4월22일은 지구의 날이다. 1970년 설정된 지구의 날은 환경파괴를 막고 자연을 보존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고 있는,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지구. 또 언제 어디서 테러가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위에 살고 있는 70억 명이 넘는 사람들. 자연파괴 이전에 인간파괴부터 하지 않아야 될 것 같다.

이번 테러로 인해 가장 슬픔을 당한 가족사. 아빠를 보기위해 나왔던 엄마와 아들과 딸. 아들 마틴 리처드(8)는 숨졌고 여동생은 다리 하나가 절단됐다. 엄마는 머리에 파편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자전거타기와 야구를 좋아했다던 마틴. 테러리스트들이여 너희들은 가족도 없는가! ‘테러’, 영원히 지구에서 추방되어야 할 두 마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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