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대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우리의 자세

2013-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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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경제팀 기자)

테이크아웃 커피하면 으레 스타벅스를 떠올리고 햄버거하면 맥도날드의 심볼인 노란 ‘m’자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유는 어디를 가나 이들 ‘프랜차이즈’들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맨하탄 힐튼호텔에서는 한국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설명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 있는 한인 350여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행사 참석을 위해 필라델피아에서 왔다는 한 50대 중년 남성은 “아무래도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로 장사를 하면 초기에 이름 알리는데도 수월하고 인테리어, 제품 등을 고민할 필요 없이 모두 체계적으로 셋업이 돼있으니 좀 더 초기 기반 잡는데 쉽지 않을까 해서 자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2년 사이 뉴욕과 뉴저지 한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서울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이제는 한류 바람을 타고 한인뿐 아니라 중국인, 히스패닉인, 백인 등 타인종들까지 한국 제품들에 몰리면서 매장은 경기 불황을 잊은 채 손님들로 붐빈다.

반면 프랜차이즈들의 무서운 확장 기세를 보고 20년 이상 한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오던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 프랜차이즈 설명회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인 업주들은 대형 기업들의 한인 상권 침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대기업들의 자본력과 기술력, 인지도에 개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 프랜차이즈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지난해 맨하탄 첼시 지역 주민들은 유경천씨가 20년 이상 한자리에서 운영한 델리 인근에 들어서는 세븐일레븐이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회사측에 서한을 보낸 입점을 요청한 일이 뉴욕타임스에 실리기도 했다.

이렇게 프랜차이즈가 도시를 잠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 비즈니스 오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까지나 대형 프랜차이즈 입점에 반대기를 들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인 업소들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가게를 좀 더 새로운 인테리어로 산뜻하게 꾸민다던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프랜차이즈가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

물론 “수 백만 달러씩 쏟아 붓는 기업과 우리가 어떻게 대적할 수 있겠냐”며 고개를 젓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은 더 새로운 것, 더 보기 좋은 것, 더 맛있는 것을 찾게 돼있다는 점이다. 한인 업소들도 한자리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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