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13-04-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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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시인)
4월, 봄이다. 해마다 오는 봄은 약속도 없었는데 때가 되면 꼭 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왔다. 눈을 부비며 사방을 둘러보니 풀밭에서는 풀 돋는 웃음소리가 깔깔대고, 나뭇가지는 팔을 쭉쭉 늘린다. 자연은 평화스럽고, 평화를 누리는데 인간은 오늘도 긴장 속에서 마음을 움츠리고 내일을 모르며 떨며 하루하루를 산다. 날이 갈수록 심하다.

편안한 것 같지만 이민자들에게는 웃어도 웃음이 아니고, 즐거움이 있어도 즐거움이 아닌 하루하루를 산다. 끼어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영어가 국어인 미국에서 우리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미국 사회에서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아니 있다고 해도 그 자리란 대단히 협소하다. 벽이 두꺼운 타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교회에 한국 사람들이 몰리고 우리말을 속 시원히 하는 그 하루는 믿음도 좋지만 고향 땅에 온 듯 마음이 풀리면서 모든 벽이 무너지는 속 시원한 하루가 되어서 또 다음 주일을 기다리게 된다.

각 민족은 제 각각 제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며 산다. 그걸 우리는 우리말이라고 한다.언어가 같으면 거기에 우선하는 것이 민족들 사이에 벽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민족, 같은 언어, 같은 역사와 같은 문화를 이루어 살아 온 나라 사람들인데 한국의 남과 북은 세계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멀고먼 나라다. 외부와의 전쟁보다도 동족끼리의 전쟁준비로 남과 북이 막대한 예산을 소모하며 전쟁준비를 해 왔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싸워보아야 알겠지만 전쟁의 희생자는 언제나 먹고 사는데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죄 없는 백성들뿐이다. 반만년을 겪어오는 한국의 역사적 얼굴이다.
농업을 주로 생활의 근본으로 살아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감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먹고 살기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그 하늘이 이제는 공포의 하늘로 바라보게 되었다.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단거리 미사일과 크고 작은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이 오고 가는 하늘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상이 기가 막히게 하늘의 변덕을 몰아오고 온다.


날씨의 변덕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하늘을 관측 할 수 있는 맑은 날은 약 50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백산 제2 연화 봉은 한국의 기상을 동서로 나누는 분기점이다. 그래서 국립천문대 소백산 관측소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세워진 것이다.

개였다 흐렸다 하는 하늘의 일을 모두 알려고 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 세계 최초의 기상관측소인 첨성대가 세워지고, 측우기가 세계 최초로 생기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미우(微雨), 세우(細雨), 소우(小雨), 하우(下雨), 대우(?雨), 폭우(暴雨) 등으로 나누었고, 햇무리가 지면 비, 달무리가 지면 바람, 구름이 동이나 북으로 가면 맑은 날이 오고, 구름이 서쪽이나 남쪽으로 가면 비가 오는 날이 오고, 구름이 동남쪽에서 오면 비가 그치고, 구름이 서쪽이나 남쪽에서 일면 검은 구름이 일고, 비늘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면 바람이 그치고 구름도 거치고, 비늘구름 뒤에는 비구름이 따르고, 검은 구름이 부딪치면 큰 비가 내린다고 했다.

경주 첨성대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기상과 천문에 천재적 소질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제는 그 천재적인 능력으로 핵무기가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관측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무런 벽이 없어야 할 동족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소통이 밝아야 할 인간의 얼굴들이 세계를 지금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일까? 형벌이 있다면 이 벌은 어떤 벌이며 이 벌은 누가 받아야 할 벌인가? 별과 달이 울고 있다. 다정하던 4월의 해마저 시뻘겋게 부글부글 속을 끓이면서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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