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들의 말을 듣고 있나요?

2013-04-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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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옥(시니어 소셜워커)

부모님들이 상담소에 핫라인을 찾는 내용은 다양하지만 전형적인 케이스는 자녀가 마약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 학교에 가지 않는다든지 또는 학교에 보내는데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내 아이가 우울증인 것 같다고 보고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증세로는 컴퓨터를 오래 하며 게임이나 온라인 불법사이트에 접촉하여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들이 아무 목적이 없으며 의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님을 많이 원망하며, 화도 많이 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녀들이 부모님과 대화를 시작할 때는 부모님에게 말하고자 하는 큐(sign) 를 준다. 고민을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니까, 아니면 자신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서 부모에게 먼저 던져 본다. 하지만 자녀들이 느끼기에 자신은 부모님과 대화도 안되고 부모에게 조건부의 사랑만 받고 있다고 느끼면 깊은 실망과 동시에 점점 유혹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불행히도 부모들은 자녀들의 호소에 본인의 생각이나 잘못된 습관 때문에 자녀들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를 듣지 못하는데 그 방법으로는 자녀의 말을 무시하거나, 회피하거나, 마음대로 판단하거나, 무미건조하게 달래는 말로 회유하거나, 다른말로 돌리거나, 대화의 내용에서 탈선하거나, 쉽게 충고 하거나, 또는 자녀가 말하는 도중 자기할 말만 생각했다가 받아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은 상담전화를 해서 카운셀러에게 즉흥적인 해결책이나 묻는 말에 대답해 주기를 원한다. 자녀들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대화를 하며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만을 자녀들에게 요구하고 있음을 예견 할 수 있다. 문제의 해결을 원하면 먼저 자녀들이 정말 무엇을 하고자 호소하고 있는지 알아야 해결책이 나올 텐데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셈이 된다.

부모님이 해야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귀를 귀울이는 것이다(Active listening). 자녀들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며 내 중심이 아닌 자녀 중심에서 대화를 이끌어가며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상대방의 감정이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다시 말하고, 맞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판단하기 전에 질문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화내지 않고 대화해야 한다. 혹시 내가 다른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녀한테 푸는 것은 아닌가 혹시 나에 대한 내 자신의 실망을 자녀한테 표현하고 있지는 않는가 분노가 이 상황에 맞는 정도인가, 그 정도를 넘어서는가, 나의 체면을 세우려고 자녀들한테 기대를 하는가?

이 모든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을 다 고치려고 하지만 안되는 경우가 많다. 내 자신의 작은 변화가 가장 빠른 길이다. 그래서 자녀가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면 아무리 큰 유혹이 있어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난다.

물론 아주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 중에도 아주 강하고 유혹에 물들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녀에게는 부모중 누구 하나라도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응원자가 되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자녀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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