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미래와 관용정책

2013-04-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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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하버드대학의 중국계 에이미 추아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제국의 미래’를 통해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강력한 패권을 유지하려면 강요와 위협이 아닌, 타인을 모으고 끌어안는 종교적, 인종적 관용을 베푸는데 있다”면서 “미국의 미래는 이 관용이 사라지는 순간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때 뉴욕타임스에 ‘타이거 맘’이라는 글을 게재, 중국스타일의 강인한 교육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혀 미국사회에 논쟁을 크게 불러일으킨 바 있는 추아교수는 미국에 관한 분석에 대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자신의 책에서 미국이 시행한 이라크 침공,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의정서 무시, 폐쇄적 이민정책을 거론하며 미국이 대내외적으로 관용을 베풀지 않으면 과거역사가 보여준 바와 같이 앞으로 초강대국의 위치가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 민주 양당 합의하에 포괄이민개혁안의 입법절차가 시작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이는 한인사회를 비롯 소수민족 커뮤니티를 한껏 고무시키고 있다. 그동안 양당의 치열한 의견차이로 계속 논쟁중이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수많은 불체자들이 노심초사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개혁법안 마련으로 그동안 지하에서 고통받던 1,100만 불체자들이 지상으로 나와 어깨를 활짝 펴고 살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용의 정책은 보통 강대국이 초강대국으로 진입하고 세계의 리더국가로서 자리매김하는 최선의 전략으로 꼽힌다. 약자에게 관용을 베풀 경우 그들이 지닌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 다같이 윈윈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 포괄개혁안 통과만이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는 볼수 없다. 역사의 예를 볼 때 강국의 입장에서는 소수민족이나 약자를 위해 더 포괄적인 포용정책이 필요하다. 세계를 제패한 과거 스페인이나 고대 로마, 당, 몽골, 네델란드, 영국 등 제국의 역사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고대 로마는 피정복민의 관습과 언어를 그대로 용인하고 그곳의 지도계층을 흡수했으며 재능이 뛰어난 그곳의 장인들과 전사들을 받아들여 나라의 부강을 꾀했으며 네델란드는 박해받는 소수 종교집단들을 끌여들임으로써 다양한 민족과 인종으로 최강의 나라가 되었다. 또 영국도 종교적인 박해를 피해 오는 주변국의 이민자들을 껴안고 피정복 지역 출신 병사 수십만으로 거대한 군대를 만드는 관용정책으로 나라를 제국으로 이끌었다.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로 관용을 통해 기회를 찾는 이민자들을 유입해 국가의 번영을 이룩했다. 덕분에 지금 미국은 인적자본 면에서 세계 추종을 불허한다. 이 인적자본이 오늘날 미국을 초강대국이 되기까지 산업시대와 원자력시대, 컴퓨터시대를 거치면서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미국도 관용의 정책이 후퇴한 시기가 있었다. 소련이 붕괴된 후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이 되고 나서 독선적으로 일부 불관용정책을 구사하다 외교적 약소국인 이슬람권 국가로부터 도전을 받아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9.11테러 사태를 맞았다.

미국이 알아야 할 것은 역사적으로 융성하고 번성했던 제국들의 붕괴이유에는 모두 일방주의나 독선, 불관용으로 인해 반대파가 생기고 주변에 원한과 불만을 갖는 세력이 생기면서 결국은 붕괴되는 수순을 밟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내외로 제국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할 수 있는 진정어린 관용의 정책을 더 확실히 펼쳐야 한다.

이제 미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자명해졌다. 지금 활발히 논의절차가 시작된 포괄이민개혁안이 확실히 의회에서 통과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길이 바로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남아 계속 세계를 이끌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는 최상의 전략이 될 것으로 믿는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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