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꿈이 있는 사람은 다르다

2013-04-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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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정신과 의사다. 그가 나치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아우슈비츠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삶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책을 써서 20세기를 빛낸 저명한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드높은 명성은 책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은 그가 가스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죽지 않고 살아 나온 일로 인하여 더 유명해졌다. 그가 어떻게 죽음의 감옥에서 살아나올 수 있었을까. 책 출판의 꿈 때문이다.

프랭클은 출판할 책 원고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완성해 놓았다. 하지만 원고를 보관할 마땅한 곳이 없어서 원고를 옷에 누벼 입고 수용소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서슬 같은 간수에게 발각되어 원고를 누빈 옷을 압수당했고, 원고는 그 자리에서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프랭클은 그 순간 앞이 깜깜해졌다. 이런 와중에 장티푸스에 걸려 자리에 눕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책 출판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열로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종이 조각을 모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기간이 3년이었다.
그러는 동안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수용소에서 죽어갔다.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이 프랭클에게도 을씨년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책 쓰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는 살아남았다. 출판의 꿈이 너무 강열했기 때문에 어떤 공포나 두려움도 그를 사로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 후 독일의 항복으로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었다.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왔고, 그처럼 꿈꾸던 책을 출판하여 ‘로고테라피’ (Logotherapy)라는 의미요법을 창시한 세계적인 학자가 되었다.

그렇다. 꿈 있는 사람은 다르게 산다. 구약 성경의 모세를 보라. 그가 처음에는 꿈 없는 삶을 살았다. 호화로운 왕궁에서도, 척박한 미디안 광야에서도, 어디에서도 그에게 꿈은 없었다. 그러다가 80의 노년의 나이에 미디안 광야에서 양을 치다가 하나님을 만나 꿈을 붙잡게 되었다.

그 이후 그는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꿈을 갖게 되자 나이를 잊어버렸고 이기주의를 버렸다. 이웃과 민족을 생각하는 이타주의자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꿈을 갖게 되자 열정적인 사람이 되었고, 그 시대를 이끌고 가는 리더가 되었다.
김연아 선수가 4년의 공백 기간을 뛰어넘고 2013년도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피겨 종목은 20세가 넘으면 이미 노령화 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20세가 넘은 나이로 4년 공백을 딛고 다시 우승한 경우는 김연아 선수가 처음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그에게 IOC 선수 위원이 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기 소치 동계 올림픽에 세 명의 한국 선수 출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도 한 몫 했다. 태평양 전쟁의 영웅 맥아더는 5살 때부터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여 훌륭한 장군이 되는 것을 꿈꿨다. 그는 평생 한 번도 이 꿈을 잊어버린 적이 없고, 이 목표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자서전에서 술회하고 있다. 당신에게 꿈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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