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기규제법안 어디까지 왔나

2013-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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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이번 주에 한국일보 커네티컷지국에서 보내온 기사에 의하면 23일 커네티컷 하트포드 다운타운에서 열린 샌디 훅 초등학교 후원 기금마련을 위한 마라톤 대회에 1만5,000 명의 주자들이 뛰었다고 한다. 원래 웨스턴 커네티컷 주립대학교 광장에서 대회를 시작하려 했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여 이를 수용할 수 없어 두 번이나 장소를 옮긴 끝에 행사를 치렀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14일 발생했던 뉴타운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고로 꽃다운 어린이와 교사 26명이 숨졌었다. 이들을 기리는 의미 깊은 마라톤 대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원했으나 수용인원이 제한되어 안타까웠다’는 재단 관계자의 말에 총기 규제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24일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해 뉴타운 초등학교 참사이후 일주일만에 100명 이상이 총기에 의해 사망했으며 7주일 만에 사망자는 최소 1,285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총기사고와 사건으로 숨진 사람은 총 2,243명으로 하루 평균 희생자가 20여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다고 밝힌다. 공식적으로 보도된 숫자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총기 사고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

타살이든 자살이든, 끔찍한 총기 사고가 날 때마다 강해지던 총기규제법안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샌디훅 총기난사 사고가 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애도했고 강력한 총기규제 종합대책을 제시하여 지금, 이를 막으려는 미국총기협회(NRA)의 힘이 만만치 않다.

상원은 전체 100석 중 민주당이 55명으로 과반이지만 몬태나, 알래스카, 노스 다코다 등 총기규제를 원치 않는 지역의 최소 6명의 의원이 공격용 총기금지를 회의적으로 보거나 반대하고 있다. 대용량 탄창 금지, 총기 구매자에 대한 예외 없는 신원, 전과 조회 등에 대한 공화당의 반발도 크다. 이에 25일부터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비롯한 ‘불법총기에 반대하는 시장들(MAIG)’이 1,200만달러를 들여 준비한 총기규제 TV광고가 애리조나, 조지아, 오하이오 등 13개주에서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총기협회는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내놓은 총기규제 광고에 대항하는 광고를 만들어 총기규제 법안의 상원 통과를 무산시키겠다고 한다. 학교내 무장경찰 투입 등을 예방법으로 들기도 한다. 무장경찰이 지키는 학교, 총 들고 등교하는 대학 캠퍼스는 어쩐지 으스스 하다.

아예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먼저 총을 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고통, 고독, 절망, 열등감, 갈등, 화, 분노 같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만일 총을 지니고 있다면 총 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한번 당겨봐’ 하는 호기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총기가 아예 집에, 학교에, 사무실에 없는 것이 최상이다.

총기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총기규제에 대한 국민의 뜻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는 총기 사고가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내가 늘 가는 직장, 대중교통, 샤핑몰, 극장, 거리, 관광지 등 어느 장소에서 어느 때라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총기 소지 자유가 헌법에 명시된 미국 땅에 살고 있는 한인들 역시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한인사회에서는 이 총기규제 법안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미국내 시민사회단체나 어머니회는 ‘총으로부터 우리 아이를 보호하자’고 피켓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한다. 그런데 수시로 어떤 주제를 놓고 한인마트 파킹장, 교회, 기타 한인밀집지역에서 벌어지던 서명운동이나 지지 선언을 이끌던 한인이나 단체는 이번 안건에서는 잠잠하다. 그저 총기규제 강화 지지에 대한 타인종의 움직임을 마치 강 건너 불처럼 보고 있다.

재임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금, 아직 인기가 있고 국민들이 뭔가 할 것이라 그에게 기대할 때 강한 추진력으로 군사용 공격무기 추방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본다. 미 상원은 다음 달 부활절 휴회가 끝난 뒤 총기규제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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