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올려놓기?

2013-03-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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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 1팀 기자)

“세계적으로 내노라하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했으면 미 주류시장을 파고들 것이지, 동네 주민들 호주머니로 근근이 살아가는 한인 소상인들 등쳐먹어서야 되겠습니까?”

27일 퀸즈한인회가 갈수록 한인 골목상권을 갈수록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한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횡포에 맞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한다는 내용<본보 3월27일자 A4면>의 취재를 위해 만난 한인 점포의 주인이 기자를 붙잡고 건넨 말이다.
수년전부터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형 프랜차이즈들의 골목상권 침범 문제가 뉴욕 한인사회에 그대로 옮겨 붙은 모습이다.


퀸즈한인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기업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동종 업종에 있는 한인 토종상점들이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심지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폐점하는 업소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자 결국 퀸즈한인회는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물론 범동포적인 이슈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일부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진출로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됐는데,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오히려 다수의 소비자에 대한 행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의 골목상권 진출 반대자들은 이같은 논리에 대해 “지난 20~30년 전 이민와서 피와 땀을 흘려 이룩한 한인상권의 특수성을 배제한 것”이라며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미 한인 소상인들의 생사 문제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슬쩍 올려 놓은 격”이라고 비난했다. 더구나 이들 대기업은 한인사회에서 돈만 벌어가고 있지 한인사회에 제대로 환원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류제봉 퀸즈한인회장은 “한국 기업들의 미주시장 진출 초기 한인사회는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지만 지금에 와서 대기업들은 한인사회를 무시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 2월 플러싱에서 열린 설퍼레이드에 단 한곳도 제대로 협찬을 하지 않은 것 만 봐도 이를 반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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