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혁명

2013-03-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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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빈 (교도소 심리학자)

지금은 식품의 대량생산 기술과 빠른 보급기술로 모든 선진사회에서는 필요한 먹을 것을 수시로 그리고 매우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먹을 것 천지가 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고 세끼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입에 달고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틀림없이 혁명적인 현상인데 우리는 그것을 혁명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성생활과는 달리 사람의 먹는 행위에는 이렇다 할 사회적 타부(taboo)가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방에는 요리책과 다이어트 책이 넘쳐흐르고 TV 광고는 음식과 다이어트 광고가 그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음식 먹음에 쾌락이 느껴지는 곳은 우리의 배가 아니라 말초신경이 있는 입이다. 배가 불러도 계속 음식이 당기는 이유는 바로 그래서이다.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맛은 크게 단맛, 고소한 맛, 짠맛, 이 세 가지라고 음식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단맛은 설탕에서 오고 고소한 맛은 기름과 지방에서 오고 짠맛은 소금에서 온다. 현재 미국인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마시는 소다수는 500캔이 넘는다고 한다. 그밖에 도너츠와 케이크, 초컬릿의 판매량은 매년 증가한다고 한다. 이 모든 음식에 들어있는 당분을 합치면 미국인 한사람이 일 년에 소모하는 설탕량은 50파운드가 넘는다고 한다.

불고기와 스테이크가 구워질 때 나는 황홀한 냄새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고기굽는 냄새의 본질은 고기굽는 냄새가 아니라 고기 속의 지방이 타는 냄새라고 식품학자들은 말한다. 축산업이 생기기 이전에도 인간은 들짐승을 잡아먹고 살았다. 그때 들짐승의 지방 함유량은 4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가축이라도 사료를 풀로만 먹였을 때에는 지방함유량이 18퍼센트였는데 지금은 가축에게 옥수수, 콩 그 밖의 화학물을 먹여 지방함유량이 36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고기와 햄버거와 피자 등을 맛있게 먹는 이유는 그 속의 지방의 맛 때문인 것이다.

영어의 봉급(salary)이라는 말은 라틴어의 쌀라리움(salarium)이란 단어에서 온 것인데, 쌀라리움의 뜻은 로마군대가 소금을 구입할 때 지불한 돈을 의미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어떤 지방에서는 소금덩어리를 풀잎이나 나뭇잎에 싸가지고 그것을 일종의 돈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소금과 돈에는 그런 연관성이 있고 소금은 돈처럼 귀한 것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은 갖고 있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소금 섭취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이유는 미국인은 편리상 조작음식(process food)을 많이 쓰기 때문이고, 바로 절대치의 소금량은 이 조작음식에서 온다고 한다. 포테이토칩과 프렌치프라이에 들어있는 소금량은 감자속의 소금량의 250배라고 한다.

현대 먹는 혁명을 만끽하고 있는 선진사회에는 그 사회인의 절반이 비만이라고 한다. 이 인구가 앓고 있는 모든 질환의 80퍼센트는 설탕과 지방, 소금의 과잉섭취에서 온다고 한다. 모든 죽는 사람의 4분의 3은 먹는데서 오는 병 때문이라고 한다. 성의 혁명은 후천성 면역결핍증과 같은 무서운 병을 가져오고 먹는 혁명은 시민을 배불려서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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