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철수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2013-03-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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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한미공공정책위원회 회장)
지난 한국의 대선에서 새로 등장한 안철수의 돌풍은 대선의 정국을 시계 제로로 만들면서 아무도 쉽사리 누가 대통령이 당선될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작년 10월초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주최한 피터 킹 연방의원을 위한 정치자금모금 모임이 맨하탄에서 있었다. 공화당 지도부는 안철수와 민주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결국 안철수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하였다. 문제는 노무현대통령 때의 경험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한.미관계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철수는 이들이 예측한 대로 충분히 판세를 뒤집을 만큼 강력한 대선후보였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후보를 앞서고 있었고, 젊은층과 진보세력의 지지를 한몸에 받아 충분히 민주당후보였던 문재인을 누르고 후보단일화를 이루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될 것처럼 보여졌다.


그런데 안철수의 정책이 발표되면서 준비되지 못한 후보의 부족한 모습이 속속 드러났고, 안철수를 지지하던 진보진영 인사들이 많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딱히 기존의 후보들과 구분되는 다른 정책도 없었고 그냥 모호한 중도적 정책들뿐이었다.
어차피 대통령이 되어서 세상을 바꿀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하지 말고 서울시장이 되었어야 했다고 본다.

민주주의는 정당이 이끄는 정치라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더라면 안철수 재단을 만들지 말고 차라리 그돈으로 정당을 만들고, 훌륭한 싱크탱크를 만들어서 자신의 정치적인 기반을 만들었어야 했다. 구태로 보일지언정 새누리당, 민주당에서 자신을 따르는 국회의원들을 영입하고 정치세력을 구축하여 제대로 대선에 임했더라면, 어쩌면 당대당 대결로 민주당후보를 누르고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만약 안철수가 모든 것을 제대로 해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새누리당이라는 과반수가 넘는 강력한 정당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박근혜대통령도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서 정부가 탄생한지 오래도록 제대로 정부를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데, 안철수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다수를 이루고있는 국회의 협조를 받지 못해서 정부조직은 커녕 국무위원임명도 못하는 식물정부상태에서 엄청난 국가적인 위기를 맞았을 것이 불보듯 뻔하게 생각된다.

아무리 “진심”이 있다해도 탁월한 경륜과 자신의 정치적인 세력기반이 없이는 그 뜻을 펼수가 없는 것이다. 공화, 민주 양당으로 구분되는 미국의 양대정당은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경륜을 펴지만, 정권을 물려주고도 항상 싱크탱크로 세력을 유지하고 경륜을 닦고있어서 언제라도 정권이 바뀌면 공백이 없이 집권이 가능하도록 준비가 되어있다.

정치는 대단히 실질적이면서도 세속적인 것이지 “진심”을 논하면서 공허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한국 국민들이 민주정치의 세속적인 속성을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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