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포트리 위안부 기림비 건립 논란

2013-03-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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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사회 2팀 차장)

포트리에 세워질 예정인 일본군 강제 위안부 기림비 문구가 또 다시 말썽이다.
포트리 시의회가 지난 7일 확정했다는 기림비 문구에 ‘성적 봉사(Sexual Service)’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맥상으로는 “‘성적 봉사(Sexual Service)’를 강요당했다(Were Forced)”는 내용이지만 오역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봉사(Service)’라는 단어가 기림비에 새겨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면서 시의회가 이처럼 황당한 문구를 확정할 때까지 포트리 기림비 건립을 추진해온 단체, 특히 한인 단체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가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들 단체는 ‘성적 봉사(Sexual Service)’가 아닌 ‘성적 노예(Sexual Slavery)’라는 문구가 기림비에 새겨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처럼 문구 논란이 확산되자 이번에는 포트리재향군인회(회장 짐 바이올라)와 대포트리한인회(운영위원장 박정호), 재미월남참전전우회(회장 정용삼)가 제안한 기림비 조형물 형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단체가 시의회에 제안한 기림비 조형물 청사진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과 ‘욱일승천기’가 등장한다.‘한복을 입은 여성’은 현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위안부 소녀상’의 상반신 모습 그대로다.

이에 대해 한국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정부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가 담긴 반일감정의 상징물로 그 건립 의미가 미국에 세워지고 있는 ‘일본군 강제 위안부 기림비’와는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위안부 기림비는 반일이 아닌 인권이슈의 상징물로 세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일본군 강제 위안부 기림비’는 전쟁 중 유린된 전 세계 여성의 인권을 기리는 상징물이 되어야 하는 데 ‘한복을 입은 여성’과 ‘욱일승천기’가 나란히 기림비에 새겨진다면 자칫 한 · 일 두 나라 간의 분쟁이슈로 비춰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포트리재향군인회와 대포트리한인회, 재미월남참전전우회는 지난 9일 포트리 위안부 기림비 건립 기금모금 캠페인의 닻을 올렸다.4만 달러를 모금해 늦어도 5월에는 제막식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기금모금에 앞서 기림비 문구 수정과 함께 기림비 조형물 형태에 대한 전문가 및 한인사회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그래야만 포트리 위안부 기림비가 반일의 상징물이 아닌 세계 인권이슈의 상징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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