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치상실의 시대

2013-03-13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돈이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황금만능주위, 물질숭배 풍조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자본주의는 과학, 기술의 힘을 빌려 생산능력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탐욕추구는 지구자원의 고갈, 환경파괴와 함께 도덕과 같은 인류문화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역사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누리고 있다. 그러나 예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 인명경시, 집단 이기주의가 그것이다. 이중 큰 문제는 바로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한국에서 최근 부인이 남편의 이름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집에 불을 질러 남편을 타죽게 만든 끔찍한 사건이나 자식이 아버지가 돈을 안준다고 칼로 찔러 죽이는 충격적인 사건 등은 모두 황금만능주의가 빚어낸 비극이다. 특히 한국 지도층 사이에서 다반사로 드러나는 비리나 부패 등도 알고보면 모두 돈과 연관돼서 생기는 도덕적 해이다.
여러 사회, 경제, 심리학자들은 황금만능주의를 산업의 발달과 함께 물질의 가치가 도덕과 윤리의 가치를 뛰어넘으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는 점점 자연과 사회 공동체 및 인간의 존엄성 파괴, 그리고 도덕성의 상실, 이기주의 팽배로 병들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눈만 뜨면 매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욕망의 골짜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돈, 돈 하다 보니 진짜 인간사회에서 중요한 사랑이나 우정, 명예, 자발적 참여, 봉사 등과 같이 보이지 않는 가치들은 점점 소멸되고 있다..
한때 ‘정의란 무엇인가’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무엇이든 다 돈으로 이루어지는 거래가 과연 가능한 재화인가? 생명, 죽음과 연결된 거래 또한 정당한 시장의 역할인가? 묻는다. 그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덕목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을 강조하며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 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바른 답을 요구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돈에 대한 탐욕은 그 끝을 모르고 있다. 오늘날 세계가 재배하는 식량의 3분의 1은 인간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육류생산을 위한 가축사료로 소비되고 있다는 통계다. 소수의 선진국 부유한 소비자들의 사치스러운 육류 소비를 위해 들어가는 사육용 식량이 이처럼 많다는 사실은 우리를 심히 놀라게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소수의 부유한 자들을 위한 사육용 식량이 제한 없이 소비되는 동안 지구촌 반대 빈민국에서는 수 억명이 지금도 영양실조,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이제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인간이 저지른 탐욕의 결과를 역사에서 똑똑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2,000년 영화를 자랑하던 로마제국을 보면 멸망 당시 사회분위기가 오늘날과 너무도 흡사하다. 기독교 종주국임에도 당시 로마는 사회전반이 만연된 윤리 도덕의 추락, 물질에 대한 끝없는 탐욕, 돈으로 살수 없는 가치관의 붕괴 등으로 철저히 곪아 있었다. 결국 그 막강한 제국이 야만인 고투족의 침투에 대적 한번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끝없이 계속된다면 장차 어떻게 될까? ‘로마제국의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를 쓴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강조한 역사적 교훈이자 경고를 깊이 경청할 필요가 있다.

“도덕과 윤리의 문제점은 금방 눈에 띄지 않고 서서히 사회를 붕괴시키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도덕, 윤리적 해저드(hazard · 해이)는 반드시 회복 되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