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휴가

2013-03-13 (수)
크게 작게
휴가라면 생각나는 게 7.8월의 무더운 여름을 피하려 해변가로, 아니면 추운 겨울 따뜻한 지방이나 야자수가 우거진 아름다운 섬에 가서 햇빛에 그을린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난 봄의 휴가를 집에서 즐긴다. 따뜻한 식당의 내 자리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과 매서운 바람으로 꽁꽁 얼어붙은 2,3월이 그래도 사람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증거 하는 것 같아 좋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꽃으로 장식된 메마른 가지하며 풍성하게 쌓여있는 사철나무 잎사귀, 구석구석 공평하게 뿌려져 있는 눈이 우리의 부끄러운 데를 모두 가려주는 것 같아 더없이 마음이 편안하다. 지난 몇 년은 2월의 두 주일을 집에서 보냈다.앞으로 좀 더 육을 버리고 영의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게 이 봄의 바램이기도 하다. 송외현(와잇플레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