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의 길을 찾아서

2013-03-12 (화)
크게 작게
서병선 (뉴욕예술가곡연구회 회장)

내가 지난 38년 동안 살아온 브로드웨이 200가 근처에는 아름다운 Fort Tryon Park 공원이 있다. 1935년 록펠러가 세운 이 공원 안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분관인 Cloisters가 공원북쪽 가장 높은 위치에 우뚝 서있다.

67에이커 공원전체를 둘러싼 역사적운치가 서려있는 돌담을 끼고 올라가면 나무들 사이사이로 굽어보이는 허드슨 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과 강 건너 뉴저지 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끝이 보이지 않는 암벽의 아름다운 모습이 강물에 반사되어 이루는 절경은 언제보아도 새로운 감동을 안겨준다.


공원 남쪽입구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뛰어난 조경이 돋보이는 Heather Garden이 있다. 울창한 수묵나무와 소나무사이를 지나는 Alison’s Walk란 비탈진 산책길은 공원을 찾는 기쁨을 더해준다. 28년 전 무더운 여름 7월 어느 오후! 잡초들이 너무나 무성하여 꽃나무들이 시들시들해가는 것을 보고 잡초 뽑는 자원봉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하고 있다. 나는 잡초 뽑는 일을 즐거워한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나도 모르게 2시간 또는 3시간 동안을 열중하는 때도 종종 있다. 아름다운 꽃들이 무성한 잡초들에 묻혀 시들며 죽어가고 있는 애처로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3년 전 공원 북쪽입구에 개나리꽃을 심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300미터 거리에 개나리꽃 나무를 심었다.

봄이 오면 노란 개나리꽃이 만발하여 공원을 찾는 방문객들과 주민들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 이 지역 일대를 시간이 있을 때마다 쓰레질을 하고 청소를 하니 공원 북쪽입구 지역과 공원길이 깨끗해졌다.

원래 이곳은 여러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어서 여기저기 휴지조각과 온갖 쓰레기들이 항상 널려있는 곳이었다. 이러한 곳이 깨끗해지니 주민들이 퍽이나 기뻐한다. 주민들은 나를 볼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고 감사한 마음을 진지하게 전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볼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best man’ 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great citizen’ 이라는 등 온갖 칭찬을 다한다.

작년 여름이었다. 50대중반 미국인여성이 쓰레질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수년 동안이 지역을 깨끗하게 청소해주어 늘 깊이 감사해 왔단다. 어떤 대가라도 받느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받는 것은 없고 내가 좋아서 자원봉사 할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 말을 듣자 목이 메어 흐느껴 울며 감격한다. 이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느냐? 하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이웃사랑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좋은 이웃이 되었다. 마음속으로 반가워하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는 좋은 이웃이다. 나의 하루하루는 삶의 보람과 기쁨으로 가득한 즐거운 생활로 이어지고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