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멀리할수록 좋은 술

2013-03-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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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을 망치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술, 특히 알콜 중독은 사람 개인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가정과 이웃까지도 망하게 할 수 있다. 지난 2년여 사이에 지인 둘이 술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은 나이가 60이 조금 넘었고 또 한 사람은 50대 중반이었다. 둘 다 암으로 별세했는데 아마 근본원인은 술이지 싶다.

하고 많은 세상, 술로 인해 목숨을 명수대로 연명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다. 문제는 술을 끊지 못한다는 데 있다. 왜 술을 끊지 못할까. 술에 들어있는 알콜에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술에는 장사 없다. 술로 인해 패가망신한다.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술이 술을 마시게 되고 그 다음엔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된다.


잘나가던 탤런트 박시후. 여자와의 하룻밤 잠자리를 한 다음 세간의 이목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곤욕을 치루고 있다. 원인을 가만 분석해 봤다. 술이다. 둘이 같이 술을 먹고 잠을 잤는데 여자 왈 강간을 당했다는 것. 그날 밤, 박시후가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술이 원수다.

박시후는 현재 여자를 무고와 공갈미수 혐의 등으로 맞고소한 상태다. 쌍방이 모두 법에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어 진흙탕 싸움이 됐다. 방송에 비친 박시후의 얼굴이 초췌하다. 미남에 잘나가는 배우로 수많은 여성 팬들을 가지고 있었던 박시후. 그가 여자가 없어 그랬겠나. 술이 그랬지. 술 마시고 취하면 사람은 개, 즉 짐승이 된다.

적당히 술을 마시면 누가 뭐라 하나. 꼭지가 돌도록 술을 마시니 자신의 몸도 망가지고 실수하게 되고 더 나아가 음주운전하다 보면 사고도 생긴다. 사고도 자신만 다치면 괜찮다. 남의 불행까지 자초한다. 자동차를 들이박거나 행인까지 치이게 되면 과실치사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자신의 망가짐은 둘째 치고 남의 가정까지 파괴한다.

이런 사람은 아예 술을 끊어버려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불행이 계속될 수 있다. 그런데 알면서도 끊지 못한다. 병이다. 알콜중독 상태다.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로 끊지 못하면 타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끊어야만 된다. 자신의 명예와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끊어야 한다.

정녕 술은 개인과 이 사회에 필요악 같은 존재인가. 1920년 1월16일, 미국 정부는 49개주에 금주령을 내렸다. 금주법안이 헌법수정안 제18조로 3년 만에 통과됐기에 그렇다. 얼마나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고 문제가 많았으면 금주법까지 탄생했을까. 금주법은 1933년까지 실시됐다. 금주법이 영원히 실행되지 않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금주법 실시이후 범죄율은 24% 증가했고 살인이 12.7%, 날치기와 총기난사 등이 13%, 마약중독자 증가율이 44.6%에 달했다. 규제당하는 서민들에게 밀주를 파는 범죄집단이 성행하게 되고 그 범죄집단을 통해 반사이익을 누리는 권력자들은 자기들만의 칵테일파티를 즐기는 악순환이 계속돼 결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금주령을 해제했다.

술을 마누라보다 더 좋아한 한 친구가 있었다. 그가 마신 술값만으로도 빌딩을 몇 채 지었으리라. 술 때문에 생긴 그의 가정의 불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는 음주운전에 유치장까지 갔다 왔고 십여 개나 되는 크레딧카드의 돈들은 전부 술값으로 탕진됐다. 그러던 그가 몇 년 전 신비스런 힘에 의해 술을 끊은 게 아니라 끊겨버렸다.

그 후 그는 단 한 방울의 술도 마시지 못한다. 술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들이 하나씩, 둘 씩 해결되어져 나갔다. 잃었던 가정의 화평도 되찾았다. 대신 그에겐 술과 놀기를 좋아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30여 년간 퍼 마시던 술을 마시지 않는 그에겐 여유시간이 남아 여가시간을 선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고 망치게 하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술 마시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술로 인해 세상을 등진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쓰럽다. 박시후, 술이 가장 큰 원인이다. 술은 사람을 짐승으로 만든다. 술은 패가망신을 주도한다. 술은 죽음을 부르는 독약과도 같다. 나라도 어찌할 수 없는 필요악 같은 술이지만 술은 멀리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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