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책을 읽읍시다

2013-03-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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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 / 목사)

북부 뉴저지 일곱 개의 도서관들과 두 개의 일간신문이 공동으로 ‘책 모으기 운동’을 펴고 있다. 이미 3천권의 책이 기증되었다고 한다. 독서를 하는데 미국처럼 좋은 나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을 사지 않아도 마을 도서관에 가면 거의 무진장의 책이 있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독서를 할 수 있고, 대출도 한 달 여유를 주기 때문에 충분하며 모두가 무료이다.

뉴저지 릿지우드에 사는 베스트 셀러 소설가 할란 코벤 씨는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책을 읽지 않고 날마다 변화하는 세계를 알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람이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책과의 접촉을 통해서이다. 책은 깊게 이해하게 하고 넓게 알게 한다. 책을 읽지 않고는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없고 바람직한 인격 형성도 어렵다.


책은 공기처럼 우리를 새롭게 하고 배의 돛처럼 우리를 전진시킨다. 학교 교육의 첫 걸음은 읽기를 배우는 것이다. 어렵고 복잡한 학문이나 깊은 예술이나 종교도 책을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벗 중에 가장 틀림없는 벗은 바로 책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결코 고독하지 않다. 책의 사상이 마음을 움직이기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책의 변화가 즐거운 오락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결코 좁은 세계에 살지 않는다. 책이 과거 현재 미래의 세계를 날아다니게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사람에 따라 몇 가지의 태도가 나타난다. 첫째 구경만 하는 사람이 있다. 목차 정도만 살펴보는 사람이다. 이것은 독서에 속하지 않는다. 둘째 맛만 보는 사람이 있다. 제목을 따라 여기저기 몇 군데 만 살펴 읽는 사람이다. 이것은 체계 있는 사상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읽으나마나이다. 셋째 꿀꺽 삼켜버리는 사람이 있다. 번개처럼 읽어버린다. 이렇게 읽으면 소화가 안 되고 배탈이 날 수도 있다. 넷째는 잘 씹어 먹는 사람이고 생각하며 읽는 사람이다.

특히 어린이에게 책을 접촉시키는 것은 교육의 필수적인 과정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아이들은 책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며 부모에 대한 애정을 체험하고 독서를 생활화하게 된다. 책은 공기처럼 나를 새롭게 하고 배의 돛처럼 나를 전진시킨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교에서 퇴직당하였는데 나의 부친이 가게를 하나 가지고 있어서 실업자가 된 그 선생님께 책방을 열게 하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독서 지도를 시작하였다. 매주 한 권씩의 책을 읽게 하였던 것이다. 주로 소설이었지만 이 독서의 습관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성경에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시편 119편 105절)이란 말이 있는데 성경을 내 가까이에 둘 때 그것은 나의 진로를 가리키는 등불이 된다는 뜻이다. 어떤 종교든지 경전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경전이 신앙생활의 기초가 된다. 경전 없이 종교는 존재할 수 없다. 그 경전을 읽지 않고 신앙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지하철에 타면 대부분의 승객이 독서를 하고 있음을 본다. 책 팔리는 양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말한다는 말이 있지만 만화만 보고 성장한 아이들, 비디오 게임이나 즐기고 텔레비전 앞에서 몇 시간씩 소비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발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친구의 부인은 청년의 독서에 대한 열정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였다고 했는데 그저 웃기는 말로만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독서와 인품이 전혀 관계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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