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상위시대의 남자들

2013-03-02 (토)
크게 작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계는 바야흐로 여성상위시대로 접어들었다.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여성이 되어 앞으로 5년간 한 나라를 통치한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대통령취임식을 보니 여성 박근혜대통령의 힘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아 보였다. 대통령을 호위하는 경호가 그렇게 삼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들 하지 않든가.

박대통령이 지휘 통솔할 범위를 보자. 청와대 식구만 1,000여 명이다. 부총리와 장차관 및 공무원들을 통솔한다. 지난해 입법·행정·사법부에 속한 공무원만도 1백만 명에 가까운 98만8천700여명이었다. 이 외에도 갖가지 공사와 민관연합단체의 장들을 거느린다. 육해공군의 최고 통수권자이다. 한 마디로 남한 인구 5천만여명의 수장이다.


1960대 중반, IT 산업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을 통해 발표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그는 21세기엔 여성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돼 세계정세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국에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도 그의 예측 범주에 들어가며 그대로 적중했다. 그는 미래에 여성상위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고했다.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현재 세계의 여성 지도자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을 비롯해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브라질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인도 국민회의당당수 소냐 간디, IMF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아르헨티나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오스트랄리아의 쥴리아 길라드 수상 등이 있다.

미국에도 여성 대통령이 나올까. 유교의 전통을 지닌 남성권위주의의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배출되었는데 자유민주국가인 미국에선 더 쉽게 여성대통령이 나오지 않을까.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해 4년간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가 그 주인공이 되기 위해 나설 듯싶다. 앞으로 4년간 어떻게 민주당을 관리하고 준비할지가 관건일 것 같다.

지난 2월27일 한국에선 신임검사 임관이 있었다. 임관 50명 중 여성이 32명이었다. 전체의 64%다. 같은 날 육사에선 제69기 졸업식이 열렸다. 양주희(22)가 건장한 남성 졸업자들을 제치고 전체수석을 차지했다. 1998년 여자가 입학을 허가받은 이래 두 번째 경사다. 지난해엔 윤가희가 수석을 차지해 2년간 여자생도가 최고가 되었다.

양주희생도는 학업 성적뿐 아니라 적성과 체력 그리고 내무생활 등을 통틀어 모든 분야에서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입학당시 추가 합격자로 육사에 들어왔으나 4년 동안 “힘들 때마다 달리기를 하는 등 마음을 다잡고 체력을 다졌다”며 남자들도 졸업하기 힘든 육사에서 그것도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해 육군소위가 됐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이 100년을 웃도는데 이젠, 앞으로 여성들이 세계를 주름잡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남성들보다 더 뛰어난 예가 한 둘이 아니다. 이렇듯 남성들의 자존심에 빨간 불이 켜져 있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가 지닌 능력의 문제이다.

국가 단위가 아닌 회사 단위를 보아도 여성들에게 중요한 직책이 맡겨짐을 볼 수 있고 여성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갈수록 남성보다 높아지고 있다. 왜 이런 여성상위시대의 현상이 도래되는 것일까. 수천 수 만년에 걸쳐 남성들의 지배에 눌려 살아온 여성들의 한과 축적·응고된 내공이 이제야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성상위시대에 남자들이 요즘 혼나고 있단다. 20대, 다른 여자 쳐다봤다고. 30대, 술 먹고 외박했다고. 40대, TV체널 다른데 돌렸다고. 50대, 화장하고 있는데 어디 갈꺼냐, 질문했다고. 60대, 외출하는데 따라 가겠다 했다가. 70대, 어렵게 밥해주었는데 반찬 투정했다고. 80대, 아침에 눈 떴는데 아직도 살아있느냐며 혼난다고 한다.

여성상은 약하며 부드럽다. 남성상은 강하고 굳세다. 노자도덕경 78장 ‘수덕·임신’(水德·任信)편에 ‘약지승강·유지승강’(弱之勝强·柔之勝强)이란 말이 있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부드러운 여성이 강하고 억센 남성들을 이긴다는 내용과 같다. 여성상위시대의 도래는 하늘의 수순인 것만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