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영웅

2013-03-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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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올해의 미국 한인 영웅상(New American Hero)’에 미국 수영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새미 리(93)옹이 선정됐다. (연합뉴스)
1920년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에서 출생한 새미 리는 1948년 런던올림픽 남자 다이빙 10미터 플랫폼에서 우승, 아시아계 미국인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4년뒤 헬싱키 올림픽에서 10미터 플랫폼 2연패를 이뤘다.

2일 한미우호단체 주최로 애틀랜타 르네상스 호텔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이 단체는 새미 리가 미주한인의 위상을 높였고 미국인들에게도 훌륭한 롤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미주한인 이민 110년 동안 자랑스런 한인들이 참으로 많이 배출됐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김영옥 예비역 대령, 20세기 미 언론을 빛낸 유일한 동양인 이경원 기자, 하와이주 문대양 대법원장, 워싱턴 주 신호범 상원의원, 미 병리학계 권위자 헨리 문 박사 등이다.


또 1월 24일에는 LA 카운티 메트로폴리탄 교통국(MTA)이 LA 한인타운 중심부의 윌셔 웨스턴 전철역 이름을 미주 한인 이민사의 선구자 중 한 명인 고 알프레드 송(한국명 송호윤) 전 주의원 이름을 따 명명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전철역 안에는 별도로 ‘알프레드 송’ 전의원의 이름이 들어간 동판도 설치될 예정이라 한다.

알프레드 송 전의원은 미국내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시기에 아시안 정치인으로 활약한 것은 물론 그가 만들어놓은 각종 법들이 지금도 가주에서 위대한 업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미주 이민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한인의 이름으로 명명된 지하철역이 생기게 되었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왜 동부지역에는 이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한인들의 숫자가 동부에 비해 서부지역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하고 뉴욕한인사회에는 보스턴이나 뉴욕으로 온 유학생, 워싱턴 또는 뉴욕으로 온 정치 망명자들이 서부보다는 좀더 많아 출신이나 배경이 차이가 나는 점도 이유 중 하나가 되겠다.

그래도 문화의 도시 뉴욕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소프라노 홍혜경, 소설가 이창래 등등 자랑스런 예술가들이 많다. 미동부 지역 최초의 에디슨 시 전 시장 최준희와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도 있다.
미국은 건국에 힘쓴 사람이나 나라 이름을 전세계에 떨쳤거나 자신의 젊음과 생명을 희생한 사람들에게 영웅 칭호를 선사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메달리스트,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몸바친 군인, 소방서원, 경찰 등등 이들에게 기꺼이 ‘영웅’이란 칭호를 선사한다. 그 중에는 한국계 미국인들도 상당수 있다.

사실 ‘올해의 미국 한인 영웅상’ 같은 상의 수상자가 많을수록 우리가 이 땅에 확실히 뿌리내리고 사는 것을 보여준다. 미주한인이 미국 커뮤니티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고 미국 사회의 중요한 일부가 된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사람으로는 엄두를 못낼 큰일을 한 사람만 영웅이겠는가.

소리소문 없이 뒷전에서 무료 변론 해주는 변호사, 저소득층 지역에서 봉사하는 의사, 주말이면 너싱홈에서 일하는 청소년, 독거노인 식사 배달 및 시중을 하는 자원봉사자, 매달 양로원을 찾아 머리를 깎아주고 손톱, 발톱 정리를 해주는 이미용사 등등 우리는 이미 많은 한인 봉사자들을 알고 있다. 이들이 모두 영웅상 대상이 될 것이다.

또 빈손으로 이민 와서 델리, 옷가게, 네일살롱, 세탁소 등 눈만 뜨면 벌떡 일어나 종일 거칠고 힘든 일을 하면서 맨하탄, 브롱스, 브루클린, 퀸즈 어느 곳이든지 ‘근면성실의 대명사’ 한인의 이미지를 심어놓은 평범한 한인들이 있다. 때로 낯선 동네의 델리에 커피를 사러갔다가 계산대에서 갑자기 “안녕하세요”하는 한국말에 깜짝놀라 쳐다보면 같은 한인이다.

가족의 생계 부양을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나가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소년소녀 가장들, 그들은 작은 영웅이되 한 가정에서는 거대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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