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시대착오적인 김종훈 국적 논란

2013-02-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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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18대 박근혜 정부가 엊그제 공식 출범, 200만 재미 한인들의 기대가 어느 때 보다도 크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에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해외한인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의 희망은 언제나 해외 한인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해외동포 포용정책이다. 그나마 한국정부는 해외한인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선거에 참여 할 수 있는 해외동포참정권을 부여했고 65세 이상과 특별한 공로가 인정되는 재외한인의 경우 제한적인 복수국적을 허용했다. 그런데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초대 미래과학부 장관으로 내정한 재미한인 1.5세 김종훈씨의 국적을 놓고 일각에서 이는 논란은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해외 한인들을 적극 포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우수 인재와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경우 제한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또 만 65세 이상 재외한인들에게는 이미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를 55세로 낮추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이다.


김종훈 내정자는 한국정부의 심사를 거쳐 복수국적 획득이 가능했지만 한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한국국적을 회복하는 대신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실정법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어도 국민정서법에 걸리면 문제가 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복수국적을 병역 회피나 입시 특혜 등에 악용해 온 일부 계층의 일탈이 불러온 부정적인 기류이다.

복수국적은 세계적인 추세다. 많은 국가들이 복수국적 허용을 통해 해외 자국민들의 경제력과 두뇌를 흡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초대 수상으로 건국의 기초를 닦았던 골다 메이어는 미국 시민권자였다. 이스라엘은 이른바 ‘귀향법’에 의거해 유대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이스라엘 국적을 준다. 인구가 수백만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강소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을 자국민으로 흡수해 결속시켰기 때문이다.

김종훈 내정자의 국적논란에 대해 재미한인사회 관계자들이 “시대에 역행하는 저급한 인식”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 합법적으로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김종훈 내정자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아쉬움을 던져준다. 한국국적과 미국국적 가운데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연 누가 선뜻 조국의 부름과 요청에 응할 수 있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한국정부는 지금보다 한층 더 광범한 복수국적 허용조치를 통해 해외한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복수국적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국민정서는 이런 획기적 조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희석될 수 있을 것이다. ‘순혈주의’ ‘단일 국적주의’에 사로잡혀 나라의 문을 닫아버려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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