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전쟁 vs 영토전쟁

2013-02-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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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

영토전쟁은 땅을 점령함으로 끝이 나지만,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야만 하는 종교전쟁은 영원히 그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예수의 재림만이 궁극적인 평화의 길일까?

삼국지를 읽으면 군웅들이 활거하고 서로 천하를 쟁취하려고 수많은 싸움을 치른다. 양쪽에서 대표 장수를 한명씩 발탁해서 서로 싸워 상대방의 목이 잘리면 승부가 결정되고 싸움은 끝난다. 나머지 졸병들은 서로 싸울 필요도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 중국인구가 왜 이렇게 많은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만 같다. 마치 올림픽 선수들이 기량을 겨뤄 승자를 가림과 흡사하지 않은가? 구약성경에 나오는 사무엘은 적군은 한명도 남김없이 죽이는 몰살작전을 썼다. 가냘픈 여인, 어린이들을 포함해서 숨 쉬는 동물들까지도 다 죽여 없애라고 명령했다.


중세기에 보면 예수 기치를 든 성스러운 십자군들도 잔인한 방법으로 너무나 많은 살생을 자행해 본토 거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결국은 전쟁에 패하고 만다. 지금까지도 그 여파로 인한 후유증이 지구 곳곳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한 형제끼리 서로 싸우는 그리스도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 간의 사이에도 영원한 화해는 불가능한 것 같아 보인다.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종교가 뭐 길래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까지 희생재물로 바쳐져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요즈음 한인사회는 교회들이 내부 종교전쟁으로 시끄러운 곳이 많은 모양이다. 그 때문에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의 사이가 벌어지고 서로간에 욕설까지 주고받아야 하는 원수사이로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이 하도 시끄러워서 미국으로 피신 왔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우리가 서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싸워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게 해당교회 교인들의 생각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갑작스레 소집된 교인총회에서 감독 감리사, 빌라도 같은 권세자들이 말이 없는 대다수의 조용한 교인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젊은 목사, 혹은 나이든 목사를 즉각 파면시켜 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 중에 어느 교회는 목사가 교회 세력자 앞에 떨면서 간신히 몸을 가누고 일어서서 전 교인이 보는 앞에서 고개를 숙인 체 “무조건 감독 명령에 복종하겠습니다” 라고 말한 다음 바로 교회를 떠나고 말았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중세기 눈멀고 귀 막힌 강팍한 교황의 종교재판이나 다를 바가 없다.

베네딕토16세는 고령으로 인해 교황의 직무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평생직인 교황직에서 물러났다. 높고 높은 자리에서 낮은 대로 내려온 베네딕토 교황의 사랑과 겸손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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