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에 역사가 보인다

2013-0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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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세상에서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달러는 1785년 7월 6일 미국의 화폐로 지정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며 누구나 좋아하는 화폐이다. 미국에 살면서 이 달러로 집값을 내고 자동차 기름을 넣고 식품점에 가서 먹을 것을 사고 경조사비를 내고 샤핑도 하면서 살고 있다.

물건을 산 뒤 거스름돈을 받으면 뒷사람이 계산을 하러 기다리므로 일단 지갑에 그냥 넣었다가 시간이 나면 돈 정리를 한다. 한국에서의 습성대로 소액권은 앞에, 고액권은 뒤로 순서대로 방향을 맞춰 반듯하게 펴서 다시 넣다가 어느 날, 지폐 앞면에 인쇄된 인물들에 관심이 갔다.


미국 지폐는 1달러, 2달러, 5달러, 10달러, 20달러, 50달러, 100달러의 7종류가 있고 지폐마다 다른 인물이 근엄한 표정으로 그려져 있다.‘이 귀한 미국 달러에 초상화가 실린 사람은 어떤 공적을 쌓았기에 개인의 영광, 가문의 영광을 대대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일까.’

현재 사용 중인 달러에 나온 인물은 다음과 같다
1달러: 조지 워싱턴, 2달러: 토마스 제퍼슨, 5달러: 에이브러햄 링컨, 10달러: 알렉산더 해밀턴, 20달러: 앤드루 잭슨, 50달러: 율리시즈 심슨 그랜트, 100달러: 벤자민 프랭클린이다.1달러, 10달러, 100달러는 미국의 건국 시조들이다. 조지워싱턴은 미 초대대통령이고 알렉산더 해밀턴은 초대 재무장관으로 신생 미국의 재정적 안정을 이룬 사람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선언서 작성을 기초했고 계몽사상가로서 헌법의 산파 역할을 했다.

5달러의 에이브러햄 링컨과 50달러의 율리시즈 그랜트는 둘다 공화당 출신으로 연방정부의 힘을 다져 지금의 미합중국을 건설한 사람들이다. 2달러의 토마스 제퍼슨, 20달러의 앤드류 잭슨은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했다. 이 중 20달러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고 2달러는 ‘행운의 지폐’로 여겨지지만 별로 유통되지 않아 보기 힘들다. 이는 그레이스 켈리가 2달러를 선물받은 후에 모나코 여왕이 되었다고 해서 지갑에 그냥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라는 설이 있다.

미국 돈을 보면 미국의 역사가 보인다. 그러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3국의 지폐는 어떨까.중국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백원 지폐에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에 공로가 큰 모택동, 유소기, 주은래, 주덕 4명을 넣었다. 일본은 정치인을 내세우면 책임질 일이 많아선지 1천엔: 현대문학가 나쯔메 소세끼, 5천엔: 교육가 니도베 이나조, 1만엔:사상가 후꾸자와 유기찌를 넣었다. 이들은 일본 근대화의 정신적 인물들이다. 각국의 돈마다 나름대로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았다.

한국의 지폐는 1,000원권: 퇴계 이황, 5,000원권: 율곡 이이, 만원권:세종대왕, 5만원권: 신사임당으로 4종으로 모두 조선시대 인물들이다. 이중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은 모자간이다. 유학을 중시한 조선의 인물들을 지폐에 넣은 것은 한국이 선비의 나라임을 명시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IT강국으로 변했고 유교의 나라도 아니니 지폐 인물 도안도 서서히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만일 전직 대통령 중 누군가 지폐에 들어간다면 찬성과 반대의 소리가 요란할 것이다. 민주주의 역사도 짧고 퇴임후 존경받는 대통령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종대왕(워낙 위대하니까)을 제외한 지폐 인물이 바뀐다면 5,000년 한국사에 나타난 위인 중 안중근, 이순신, 윤봉길, 문익점, 성삼문, 장영실, 장보고, 광개토 대왕, 정몽주 등 후보들이 많다.미국도 늘 건국신화에만 붙잡혀 있을 수 없으니 훗날 화폐인물이 새로 선정된다면 어떤 인물이 적합할 까.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후보에 오를 것이고 특히 오는 2월24일 출생 58주기를 맞는 스티브 잡스, 세상을 혁신적으로 진보시킨 애플사의 그가 유망후보일 것이다.

달러 지폐 중에 가장 좋은 것이 100달러 지폐(그이상 고액권은 없으니까)인데 여기 그려진 벤자민 프랭클린의 그 유명한 좌우명을 말하고 싶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벌써 새해가 된지 두달이 지나간다. 돈만 들여다보고 있기에는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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