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이성은 장학재단 아름답다

2013-02-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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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존엄사문제로 각계의 논란 속에 사망한 한인여성 고 이성은씨를 기리는 장학재단이 곧 태동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그의 부친에 따르면 생전에 이씨가 제3세계 선교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던 뜻을 기리기 위해 30만 달러 규모의 ‘성은선교 장학재단(Grace Mission Foundation)’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이 재단은 특히 살아생전 뇌종양으로 투병중 병원측과 합의한 존엄사를 철회, 병원측과 팽팽한 의견대립을 빚으면서 각계에 큰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씨의 이름을 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씨의 사건은 보도를 접한 많은 사람들에게 개인의 삶과 죽음에 관한 권리,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 사실이다.

재단은 지금까지 모아진 기금 20만 달러를 포함, 앞으로 10만 달러를 추가 모금하여 고인이 하던 활동을 적극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20만 달러는 이씨가 생전에 다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은행측이 이씨가 생존해 있을 경우 지급키로 약속한 월급과 장례비, 이씨의 생명유지를 위해 그간 적극적으로 청원운동을 벌였던 전세계 젊은이들로부터 보내진 후원금 등이라고 한다.

고인은 2년 전 처음 발견한 뇌종양 증세가 악화되면서 두 차례 병원에 입원한 지 한달 후인 지난해 11월, 병원측 권유를 받아들여 존엄사를 원했었다. 그러나 가족의 만류로 이씨는 존엄사를 철회, 생명을 존속할 뜻을 밝혀 존엄사문제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고인은 가고 없다. 하지만 그를 추모하는 재단의 활동이 그를 기리며 인간의 죽을 권리, 살 권리에 대해 우리에게 두고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앞으로 이 재단이 고인의 이름으로 계속 왕성한 활동을 해나갈 때 그의 죽음은 아름다움으로 승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장학재단의 기금이 앞으로 많은 빈민어린이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심어주어 이씨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고 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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