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히로시마, 나가사키로 충분해

2013-0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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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북한이 12일 오전11시57분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3차 핵실험을 했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핵실험 결과가 일본 나가사키(21kt)와 히로시마(16kt)에 투하됐던 핵폭탄 폭발력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하고 독일 연방지질자원 연구소는 핵실험 폭발력이 40kt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핵실험 뉴스를 보면서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와 8월9일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원폭 투하에 꼼짝없이 항복한 히로히토 천황은 “새로 나온, 가장 잔인한 폭탄”이라 말했고, 이는 전쟁을 종결시키지만 또한 세계를 파멸시킬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20세기 대사건을 기록한 ‘리더스 다이제스트’ 지는 이날의 사건을 이렇게 묘사한다.‘1945년 8월6일 아침 일본 히로시마, 오전8시가 막 지나 세 대의 비행기가 높은 고도를 유지하며 히로시마 상공으로 접근했다. 15분후 높은 고도로 비행하고 있던 두 대의 비행기가 급선회하여 반대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방향을 돌리자 그 중의 한 대가 폭파기록장치를 실은 세 개의 낙하산을 떨어뜨렸으며 나머지 한 대는 550m상공에서 폭발하도록 조절되어 있는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폭탄은 강한 섬광을 발하며 폭발했고 이어서 고열의 불덩이가 퍼져나갔다.

히로시마 중심부에 있던 수천 명은 재가 되고 말았으며 4Km나 떨어진 곳에 있던 사람들도 화상을 입었다. 이어서 시속 900Km의 충격을 동반한 폭풍이 불면서 반경 3Km가 넘는 지역 안의 거의 모든 것을 무너뜨려 평지를 만들고 말았다.

사방으로 튀는 목재, 벽돌, 타일, 유리 등의 파편이 인명을 빼앗는 무기가 되고 수도관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아침식사를 짓던 수천 개의 숯불 풍로가 넘어지면서 불을 일으켰다. 건물은 모조리 파괴되고 히로시마시는 평평한 시가 되고 말았다.
1만5,000m의 히로시마 상공으로 버섯처럼 솟아오른 구름으로부터 크고 무거운 물방울이 검은 비가 되어 쏟아졌고 화염을 피해 냇물이나 공원으로 도망쳤던 사람들은 불의 폭풍에 휘말려 들었다. 피폭자들은 살아난 사람이건 죽은 사람이건 피부 껍질이 벗겨지며 시커멓게 변했고 머리카락은 모두 빠졌고 얼굴의 모든 특징이 녹아 없어졌기 때문에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

마치 지옥도를 보는듯한 히로시마 풍경이다. 당시 사망자는 히로시마 14만명, 나가사키 7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핵실험으로 풍계리 인근에 규모 4.9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이 관측됐다니 실험장과 인근의 땅은 수십 년, 아니 백년이상 사람이 살 수 없고 풀 한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가 되고 말았다.
이번 북한의 핵 도발로 인해 서울 전쟁기념관에서는 ‘서울상공 핵무기공격시 피해예상도’가 전시 중인데 ‘서울 90%건물 파괴, 인체 두동강, 200만명 증발’ 등의 무시무시한 도표가 그려져 있다.

한반도에는 군사적 긴장과 위협이 고조되며 미연방 상원은 북한의 핵확산금지 법안을, 연방하원은 북한 테러 지원국 재지정 법안을 발의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실질적인 강력제재방안을 모색 중이다.북한은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인 핵을 절대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텐데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통상 외교관계 수립, 경제적 지원 등일 것이다. 채찍만 줄 것이 아니라 당근도 함께 병행되어야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급한 것은 북한 핵시설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2003년부터 가동해 온 북핵 6자 회담의 한반도 핵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양쪽 모두 파멸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세계가 더 이상 핵을 개발하지 않도록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계평화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후 ‘에놀라게이’호의 부조종자 로버트 A. 루이스는 말했다. “오. 하느님, 방금 저희들은 무슨 일을 저질렀나이까?”핵무기 사용은 더 이상 안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로 충분하다. 비록 자주 가지는 못해도 늘 가슴 속에 있는 고향 산하와 그리운 사람들이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도록 해야 한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초토화되어 황무지가 되고 대를 이어 핵 후유증이 나타난다면 우리가 돌아갈 곳이 없다. 걸핏하면 위협과 대응, 아직도 전쟁의 위험 운운하는 한반도의 처지가 딱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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