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과 격려가 필요한 탈북자들

2013-0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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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수필가)

큰 두려움과 부담감을 안고 잠 못이루며 하나님께 기도로 위안 받으며 시작했던 북한선교기관 ‘두리하나 USA’에 몸 담은지도 어언 13년째가 되어간다. 어느 나라를 위해서건 선교는 다 귀중한 사역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특별히 북한(탈북자)선교를 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탈북자 선교는 바로 나의 이웃 동족 혈육인 한 형제, 한 자매를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북한선교를 하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면 북한선교에 많은 관심들을 가지고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펴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 사랑의 손길을 우리 탈북자녀들은 항상 감사함으로 잊지 말아야 하겠다. 어려운 중에도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늘 부드러운 미소로 살아간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얼마든지 순조롭게 풀릴 것이다.


탈북 자녀들과 오래 함께 하다 보니 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진정한 사랑과 위로가 필요했다. 진정한 사랑과 격려만이 그들의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불안정한 생활을 안정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에게는 또 불안감이 늘 있기 때문에 잦은 만남을 통하여 그들의 마음을 외롭지 않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북한에서 온 탈북자녀들은 모두가 고향에 두고 온 부모형제들 생각에 하루도 눈가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처음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이 낯설어 적응하지 못해 더러는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언어소통 문제로 힘들어하며 술로 힘겨움을 달래려고 하는 청장년도 있다.

특히 명절때나 생일이 오면 고향과 가족이 그리워 슬픔에 빠져 몹시 괴로워하곤 한다. 힘들고 어려운 때는 그들이 많이 아파 응급실에 가야할 때, 주위에서 탈북자라고 낯선 눈으로 쳐다보며 수군거리면 직장이나 학교, 주일날 교회출석을 거부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이럴 때는 하나님께 이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소망가운데 굳건히 잘 살게 해 달라고 눈물로 기도한다

이들은 모두 나의 가슴으로 낳은 자녀들이나 마찬가지다. 어느 곳에서든 하나님을 의지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안전하게 잘 정착하기를 늘 진심으로 기도한다.
이제 탈북선교 10년이 넘고 보니 탈북자들이 그동안 각 주로 퍼져 결혼해서 예쁜 자녀들을 낳고 안정적인 가정과 사업체를 가지고 있으며, 대학도 졸업하여 여러 좋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교회 부목사, 전도사, 선교사로도 활동하고 있어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여러 갈래의 길을 걷고 있다. 좋은 길도 항상 누군가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이가 있기에 우리도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탈북형제 자매들도 이곳에 와 처음 정착할 때, 탈북난민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만들어 뒤에 오는 많은 탈북자들이 그 길로 또 따라가며 희망과 소망, 안식을 얻게 되기 바란다. 머지않은 날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도 탄탄대로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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