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정절벽 해법 없나

2013-0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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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인들은 대체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 정치는 물론이고 특히 한국사람들의 생활상이나 복지문제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한국은 우리가 태어나 자라난 곳인데다 우리가 보다 더 좋은 삶의 질을 위해 그곳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 이민 와 살고 있는 입장이다, 현재의 내 처지와 한국사람들의 생활패턴을 은연중 대조해 보려고 하는 비교심리가 가슴 밑바닥에서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의 주 관심사인 복지문제는 지금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어떻게 다를까?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복지정책이 이제 거의 우선순위에 올라가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8조원에 달하는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신용불량자들의 빚 탕감과 자영업자 및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한다. 대상은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신용위기에 처한 사람들, 위기에 놓인 영세자영업자, 결손 가정, 장애인 가정들을 주된 수혜자로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 부담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을 위해서도 학자금 중 연체된 대출을 행복기금에서 일괄적으로 매입, 취업한 후 채무를 갚도록 배려해 준다는 방침이다. 기금마련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1조8,000억원의 기초재원을 만든 후 그 자금을 기반으로 10배에 해당하는 채권을 발행해 18조원을 모은다고 했다.


재정절벽 위기에 처한 미국은 공화, 민주 양당으로 부터 아직 뚜렷한 합의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 보니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등 미국의 대표적인 복지정책들에 의지하는 대다수 한인들의 입장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공화당이 정부의 채무한도를 증액하는 대신 소셜 시큐리티 지원관련 기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격인 복지혜택 소셜 시큐리티를 죽이느냐, 살리느냐에 따라 미국은 신용등급이 강등됐던 지난 2011년처럼 또다시 디폴트 위기에 놓이게 될 지도 모른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16조3,939억7,500만 달러로 법적으로 정해진 한도 금액 16조3,940억 달러와의 차이가 2,500만 달러밖에 안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체킹 어카운트에 있는 돈은 이미 다 써버렸고 없는 돈을 빌려쓰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는 그 여유분마저 바닥이 거의 드러난 상태라는 것이다.

새해벽두 상, 하원이 극적으로 관련법안들에 합의하면서 ‘절벽’ 아래로의 추락에서는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러나 공화당이 적자 상한선을 1조 달러로 증액시킨다면, 정부지출 또한 1조 달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당은 두 달이 연기된 이번 달 말에 이 안건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재정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길은 세금을 올리는 증세와 군사비 및 복지비 삭감 두 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쪽의 예산을 감소시킬 것인지에 대해 양당의 의견이 전면 대립되고 있다. 민주당은 주로 군사비 삭감을 강조하고, 공화당은 복지비 삭감을 주장하는 입장이다.

‘절벽’의 위기는 이달 말에 다시 돌아오고, 소셜 시큐리티 삭감의 공포는 우리들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한국은 이미 15년전 IMF 금융위기를 거쳐선지 일정부분 재정에 관해 내성이 생긴 듯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예방접종을 미리 한 것처럼 서민에게 복지정책을 시행할 국가재정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반면 세계 최대 강국을 자랑해온 미국의 재정은 끝없는 절벽 아래로 떨어질 듯 매우 비관적으로 와 닿는다. 가뜩이나 힘든 서민에게 계속 절벽을 강요하고 공포감을 심어주면 누구라도 호흡을 제대로 하면서 살아낼 수 있을까? 소셜 시큐리티 사회보장 제도가 혹 붕괴라도 한다면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가야 하나, 한인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갈 수밖에 없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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