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고픔이라는 고통

2013-0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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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일상, 깨달음

▶ 송순태 <카라미션 운영위원장>

우리나라에 ‘먹다가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은 귀신은 죽은 후에도 그만한 면모를 지닌다는 뜻이겠지요. 반대로 ‘이런 설움 저런 설움 중에 배고픈 설움이 가장 크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못 먹고 사는 사람의 비애감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말해 주는 속담입니다.
세계인구 70억 중에 절반이 시장기를 참으면서 저녁 잠자리에 든다고 합니다. 그 중에 3분의 1 정도는 항시 절실하게 배고픈 기아인구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유엔의 WFP(세계식량계획)에서는 2010년 현재 세계의 극단적인 기아인구가 9억2,500만명이라고 추산하였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열량(에너지) 기준이 있습니다. 나이에 따라 신생아는 하루 700칼로리, 1~2세 어린이는 1,000칼로리, 5세의 어린이는 1,600칼로리가 필요하고 성인의 경우에는 사는 곳의 기후에 따라 2,000~2,700칼로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열량은 그 사람이 최소한 성장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에 미치지 못하여 부족한 음식물에 장기간 배고픔을 겪는 사람들을 우리는 기아인구라고 부릅니다.

이 극단적인 기아인구 중에 절반 정도가 어린이들이라고 합니다. 이 어린이 중에 5세 미만의 어린이가 장기간 배고픔으로 허덕이게 될 경우에는 뇌세포가 훼손되고 신체발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몸이 균형을 잃게 되어 5세를 넘어 나중에 영양을 충분히 섭취한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06년 10월 로마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어린이가 3분에 1명꼴이며,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9억2,500만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 있는데 이 속에 40% 정도가 어린이 인구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단계를 다섯 단계로 구분합니다. 첫 단계가 당분과 지방질 부족으로 무기력해진다고 합니다. 둘째 단계는 그 사람의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인체의 각 기능이 질서를 잃어갑니다. 그 셋째 단계는 설사가 진행되면서 입속에 기생충이 자라고 호흡기가 감염되면서 육체적인 고통이 극대화됩니다. 네 번째 단계가 몸의 근육이 해체되면서 서지도 못하게 되고, 짐승처럼 쓰러져 웅크리고 있어야 하고, 팔은 늘어지고 뼈에 붙은 피부는 노인처럼 주름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섯째 마지막 단계는 죽음이 찾아오게 됩니다.

지금 북한은 80년대와 90년대의 기아현실에서 조금 탈피하는 현상을 보이다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기아인구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유엔 농업식량기구(FAO)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북한의 굶주림은 굶주림으로 끝나지 않고 결핵과 함께 각종 질병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심각한 대상이 부모들의 양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0세부터 16세까지의 배를 곯는 고아들입니다. 지난해 모 유럽 국가의 민간지원 단체가 북한의 허락으로 평안남도 지역의 고아원들을 답사하고 돌아왔는데, 고아들의 기아 상황이 시급하게 돕지 않으면 매우 비관적이라는 보고를 해 왔습니다.

배고픔, 그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조국의 한쪽에서 우리의 핏줄들인 고아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북한에 투자하는 일도 좋고, 선교하는 일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굶주려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배고픔의 고통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내 핏줄의 어린 생명들이 거기 있다는 것을 먼저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그리스도인의 도덕성과 정의가 북한을 생각하는 문제에서도 제대로 가닥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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