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감의 시대와 북한의 핵실험

2013-02-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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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1950년도 여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한반도에 다국적 파병을 결의했다. 소련을 배후로 하는 이른바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 세계각국을 참전시켜 한반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동족간의 싸움이었던 이 전쟁은 몇 년전 종식된 세계 제 2차 대전이후 일어난 또 한 차례의 세계적인 전쟁으로 우리의 고국땅에서 무려 3년이나 지속되었다.
1953년 여름, 마침내 상호휴전에 서명하면서 ‘한국전쟁(The Korean War)’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인에게 알려진 이 참사는 우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영원한 상처로 남아 있다.

그후 반세기가 넘은 지금, 한반도 남쪽인 한국에선 박근혜후보가 얼마전 대선에서 첫 여성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또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손자 20대 김정은이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었다. 이 전쟁 당시 유엔군의 실질적 리더역할을 했던 미국에서는 오늘날 사상 최초로 흑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또 이번에 연임하는 놀라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흑인들이 백인들과 함께 버스를 타거나 식당에도 같이 앉아 식사를 할 수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세월은 이처럼 흘러가면서 우리가 예기치 못하는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얼마전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기업인 구글(Google)사의 에릭 슈미트회장이 북한의 비행기를 타고 북한을 방문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한 일이 있다. 물론 이 보도에 미국정부는 크게 관심을 갖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작은 일인가.
구글이라는 회사는 전세계인이 매일 실시간 이용하는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그리고 구글어스(Google Earth)라는 세계 위성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첨단 정보통신 업체이다. 이 회사의 대표가 세계에서 고립무원을 자초하는 북한땅을 직접 밟았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북한의 막무가내 정권이 언제나 끝이 나 남북한이 하나로 통일되고 세계에서 하나가 된 반도가 거대한 힘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함께 전세계와의 공존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한반도의 비극도 봉합되는 것이 역사의 필연 아닐까.

구글 회장의 방북은 단순한 목적의 방문이었다고 하지만 그런 점에서 언젠가는 그의 방문이 북한이 자유세계로 나와 남북이 하나 되어 역사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첫 단추가 되었다고 훗날 역사가 말해줄지 모른다. 그 첫발은 무엇보다 북한의 세계의 흐름에 걸맞는 태도변화다. 북한은 최근 3차 핵실험을 조만간 하겠다고 남한과 미국을 비롯 전세계에 또 다시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들의 무모한 행위에 한국과 미국은 핵실험 중단을 단호하게 요구하며 북한의 핵시설 선제타격까지 논의중이라고 한다. 이제 세계는 점차 하나의 네트워크로 각국이 지역마다 연합해 치열하게 살아남으려는 공감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북한이 홀로 독불장군으로 남아 언제까지 위협적인 행보를 계속하려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마스 이브 때 프랑스와 독일군사이에 적진을 바로 앞에 두고 독일군이 캐롤을 부르기 시작하며 진영에서 나왔다. 프랑스군도 이어 캐롤을 부르면서 나와 수천명이 모두 하나 되어 얼싸 안았다. 이것이 바로 아무리 원수라도 얼마든지 마음을 통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공감대의 형성이다.

이러한 국가, 민족간의 유대감이 북한에게는 필요하다. 그들이 저지르는 무모한 행위에 채찍을 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언제나 상대를 물 수 있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어떻게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동족간의 공감, 국가간의 유대감을 불러 일으켜 핵을 포기하고 나올 수 있게 하는 방법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면 너무 감상적일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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