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심(銃心)의 자제가 먼저다

2013-02-04 (월)
크게 작게
최상석(성공회 사제)

지난해 12월14일 커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최악의 총기사고로 귀중한 26명이 생명을 잃었다. 대통령은 애도의 담화를 발표하는 가운데 “오늘 우리의 가슴이 미어집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급기야 대통령은 더 이상의 총기 사고를 막기 위하여 총기규제안을 마련하여 발표하였고, 의회의 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총기 사고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의 총기 소유의 권리를 인정해 온 미국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 때문에 총기 규제에 대한 의견차가 워낙 크다보니, 강력한 총기규제안이 마련되기 까지는 매우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우려가 미리부터 들기도 한다.


미국의 여러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이 다시금 활발하게 총기규제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며 의회 지도자들에게 조속한 총기규제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이 뜻있는 분들과 단체를 중심으로 우리 한인 사회에서도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미국 사회의 모든 총기 사고 문제를 일시에 해결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이름도 생소한 각종 규제법들이 있지만, 법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범죄를 모두 막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그러므로 총기규제법을 마련하는 일보다 더 시급한 것은 총기를 사용하려는 마음 곧 총심(銃心)을 자제하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총기 사고의 배경을 보면 그 원인이 대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부모와의 갈등, 갑작스러운 분노와 충동, 사회에 대한 억울한 마음, 사회성 결여 등등이 최근 총기 사고의 심리적 원인이었다.

이런 심리적 갈등이나 분노의 감정을 풀어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얼마간의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자기를 이해시키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운데 서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치유의 과정을 통하여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오늘날 지구상의 크고 작은 전쟁과 테러 역시 ‘총심’에 의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 역시 모든 문제를 폭력 곧 총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게임에는 잔인한 폭력이 난무하고 총을 비롯하여 살상 무기들이 등장한다.

겉으로 보면 영화나 게임에서 문제가 해결 된 것 같지만, 총에 의지하는 방법으로는 결코 궁극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영화나 게임처럼 어느 사이에 총으로 문제를 해결 하려는 ‘총심’의 문화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졌다.
우리 사회에서 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폭력적 의식과 총기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우리의 마음에서 ‘총심’은 없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갈등과 분노를 총으로 해결하려는 ‘총심’이 사라지고, 갈등 속에서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살아날 때, 총기규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