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깜짝 스타일과 반전

2013-02-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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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2001년 (싸이코 세상으로부터의 싸이)란 음반을 내고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한 싸이(Psy:본명 박재상·36)는 2012년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 가수가 되었다.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조회수는 현재 12억4천만 명을 넘었다. 13억 명에 다다를 날이 머지않았다. 싸이는 말춤을 추며 강남스타일을 노래한다.
강남스타일은 싸이의 여섯 번 째 음반인 <싸이6甲 Part.1>에 들어 있다. 싸이가 육갑(6甲)을 떨으려 부른 노래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강남스타일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싸이와 같이 말춤을 추며 강남스타일을 노래한 현아가 패러디로 내 놓은 ‘오빤 딱 내 스타일’은 유튜브 조회수가 2억6천만 명이 넘었다. 정말 놀랄만한 조회수다.

나는 어떤 스타일인가. 강북 스타일인가. 강남스타일인가. 세상사는 모든 사람들에겐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욱! 하며 참지 못하는 스타일, 차근차근 화내지 않고 조용히 말하는 차분한 스타일, 식사중 혼자만 지껄이는 스타일, 사람이 있든 없든 고성을 질러대며 술을 마시는 스타일, 항상 넥타이를 매는 정장스타일, 뒤통수치는 스타일.


바지나 혹은 치마만 입는 스타일, 파마나 아니면 생머리만 고집하는 스타일, 새벽형 또는 늦잠형 스타일, 고풍적인 스타일, 신세대 같은 스타일, 아양 떠는 스타일 등등. 수없이 많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이 세상엔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엔 ‘깜짝 스타일’이 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스타일인데 박근혜대통령당선인이 여기에 속한다.

지난달 24일 박당선인은 김용준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18대 새 정부 첫 총리로 지명해 발표했다. 한 마디로 깜짝 발표였다. 75세의 김용준 위원장이 총리후보가 되리라곤 누구도 상상치 못했다. 김 위원장은 소아마비의 장애를 이기고 헌법재판소장까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지명 6일 만에 그가 돌연 사퇴했다.
사퇴의 이유야 사적이겠지만 언론의 검증이 직접적 사유가 아닌가 싶다. 청문회까지 가기 전에 언론에서 들추어내진 그의 두 아들의 아리송한 군 징집면제. 아들들 이름으로 해 준 부동산 문제 등등이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자 총리 지명을 내려놓지 않았나본다. 이 일로 깜짝 스타일의 박 당선인의 검증, 인선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인사청문회가 잘 되고 있는 미국의 고위공직자 후보 인선과 검증과정은 어떤가. 후보자가 발표되면 백악관, 연방수사국, 국세청,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서 총 223개 항목을 조사한다. 조사 항목은 후보자와 가족(61개항), 교육과 직업배경(61개항), 세금관련(32개항), 경범죄위반 건(34개항), 소송 진행과 전과의 여부(35개항) 등 다양하다.

특히 미국은 고위공직자 인선과정에선 언론에 흘려 언론을 통한 검증도 실시한다. 이런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관료직 임명 과정이다. 박근혜식 깜짝 스타일의 밀봉된 검증, 인선은 미국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은 총리와 17명의 장관 등을 임명해 국회 청문회를 빨리 거쳐야 하는데, 인선과 검증을 오픈해야만 한다.

대통령직 수행이란 생일파티에 사용돼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깜짝 스타일로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안정과 번영으로 진정성 있게 이끌어갈 원동력과 추진력은 대통령의 인선에 달려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잘 못돼 4.19가 일어나고 도중하차해야만 한 이승만정권의 부실이 역사에 엄연히 기록돼 있지 않나.

만사가 인사라고 대통령의 인사가 나라의 미래를 보게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시절을 ‘적막강산’이라 말한 적이 있다. 그래도 그에겐 부인이 있었다. 하지만 홀 홀 단신 인선으로 밤을 지새우는 박근혜당선인의 거처를 두고 ‘적막강산’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럴 때 베개를 같이 벨 사람이라도 그에게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2월25일. 6만 여명이 초청돼 대통령취임식이 열린다. 취임식 좋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박 당선인이 ‘깜짝 스타일’에서 ‘열린 스타일’로 자신의 스타일을 반전시켜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들을 인선하는 일이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강남스타일 그냥 뜬 게 아니다. 반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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