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드리머의 눈물

2013-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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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 1팀 기자)

30여명의 취재진 앞에서 선 20대 한인 청년이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을 닦는다. 수 초간 침묵이 흐른 뒤 주위에서 격려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자 청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지막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는 불체자입니다. 우린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며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지난 28일 맨하탄 주드슨 메모리얼 교회에서 열린 포괄이민개혁 추진 집회<본보 1월29일자 A3면>에 연사로 참석해 연설한 데이빗 정씨. 정씨는 부모를 따라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와 우수한 성적으로 중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들어갔지만 불체자라는 이유로 거주자 학비 적용을 받지 못하면서 학업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가피하게 학비마련을 위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정씨는 현재 민권센터에서 불체 청소년 구제를 위한 드림액트 활동가 드리머(Dreamer)들의 모임인 ‘코레’(KORE, Korean Americans Organized for Reform and Equality)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갖고 있는 정씨의 동생은 현재 정부로부터 학비지원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기자는 이날 같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자랐지만 다른 대우를 받으며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정씨 형제의 사연을 들으며, 또 정씨가 흘린 뜨거운 눈물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정 씨처럼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불법체류 한인 학생들은 최소 3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인종을 넘어 미 전역으로 확대한다면 그 수만 150만 명 이상이 된다.
정씨의 눈물로 150만 가정이 느끼고 있을 고통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민 온 정씨 가족이 이제 원하는 것은 하나다. 포괄 이민개혁이 시행돼 ‘불법 체류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당당하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이민 개혁에 관해 희소식이 속속 전해오고 있다. 지난 28일 연방 상원이 1,100만 불체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초당적 포괄이민개혁 합의안을 공개하는 등 이민 개혁 현실화에 파란불이 켜진 상태다. 하지만 공화당 등 반대세력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분명한 건 정씨와 같은 청년들은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우리의 자산이자 우리의 미래라는 것이다.

같은 이민자로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씨 같은 학생이 당당하게 이 땅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포괄이민개혁이 하루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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