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완벽주의의 함정

2013-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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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미국의 저명한 단편소설 작가 오 헨리(O Henry)가 쓴 ‘진주(The Pearl)’에 나오는 스토리다. 한 청년이 아침 해변가를 거닐다가 모래사장 틈새에서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물체를 발견하였다. 모래를 파헤쳐내고 그 물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니 놀랍게도 그건 조약돌만한 크기의 진주였다.

엄청난 금액의 보석일 뿐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아끼지 않는 영롱한 빛 때문에 청년은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아침마다 진주를 들여다보는 것이 그의 일과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진주 표면에서 조그마한 흠집 하나를 발견하였다. 실망스러운 나머지 흠집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 흠집은 연마기를 가지고 한 껍질 살짝 벗겨내었는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때부터 청년은 매일 눈만 뜨면 흠집만 바라보고 벗겨내고 또 벗겨 냈다.


어느 날 벗겨내던 흠집이 더 보이질 않았다. 청년의 마음은 날아갈 것 같았다. 큰 소원을 다 이룬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진주가 보이질 않았다. 흠집과 함께 사라지고 만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며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고 사라진 진주는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었다. 작지만 그 흠집은 뿌리처럼 진주의 핵심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그래서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고 귀한 것이었다. 작은 흠집 하나 없애려다 귀중한 진주를 그만 놓쳐 버리고 만 것이다.

우리에게도 허물이나 흠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창조주 하나님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완벽한 존재로 지어놓지 않으셨다. 햇빛아래 먼지가 일어나듯 누구에게나 흠은 다 있다. 그러므로 완벽을 향한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더 큰 것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예수님은 스스로는 완벽한 분이었지만 제자들로부터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았다. 허물과 흠이 있는 모습 그대로 다 받아주셨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인생을 감사와 감격 속에서 살아가도록 은총의 길을 열어 주셨다. 갈릴리의 어부였던 베드로와 율법주의자였던 바울이 이 은총을 입은 대표적인 사람이다.

육지에서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로 이주한 주민들이 처음 밭농사를 시작할 때 생긴 일이다. 농토를 조성하기 전에 쉬지 않고 불어오는 강한 바닷바람을 막는 일부터 해야 했다. 농부들은 힘을 모아 지천에 널린 돌을 주어다 밭둑을 따라가며 긴 돌담을 쌓았다.

돌담을 다 쌓은 뒤 며칠 후 밭둑에 나가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촘촘히 잘 쌓은 돌담이 다 뒤로 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높이를 낮추어 담을 쌓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시 돌을 안 다듬고 생긴 그대로 자연스럽게 쌓아보았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아무 저항 없이 지나가도록 담벼락 여기저기에 구멍도 숭숭 뚫어 놓았다. 신기하게도 담은 오래도록 든든했고 무너지지도 않았다.
이제야 마을 농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하, 너무 완벽하면 무너지는 군. 좀 허술한 데가 있어야 오히려 든든하단 말일세.”

사람도 매 한가지다. 작은 사람일수록 사소한 완벽에 매달리고, 큰 사람 일수록 구멍 뚫린 여유 속에서 최고의 길을 찾는다. 금년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온갖 바람을 시원하게 관통시켜 준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큰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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