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근혜 당선인의 고민

2013-01-26 (토)
크게 작게
이경희(교육가/ 수필가)

시간은 빨리 흘러 새해들어 오늘이 벌써 19일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에서 투표율 48.0%를 얻은 문제인 후보를 51.6%로 눌러 이긴지 꼭 한 달이 되는 셈이다.지금도 몸 낮추기와 안보 그리고 후보시절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박 당선인이 직면한 현실은 미·중·일과 얽혀있는 대북 관계의 국제적 난제뿐만 아니라, 꼭 풀어야 할 국내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 소장 후보의 문제, 감사원의 국정 감사에서 총체적 부정이 드러난, 이 정부의 대표적 사업이었던 4대강 문제, 복지 재원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일반 서민에게는 폐가 될지도 모른다는 지하 경제의 양성화 등이 그것이다.


국민들이 여성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주문도 다양하다. “소통 대통령이 돼라” “약속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박근혜 스타일에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 등 새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국민 위에 군림이 아니라 함께 동행하는 대통령, 국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국민 행복시대를 여는 대통령도 좋지만, 적어도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 남자 정치인들이 즐겨했던 밀실정치는 분명히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대통령 당선 소감에서 민생, 약속, 대 통합을 선언했고, 이어서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는 자리에서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새 시대를 열어 나갈 것’을 다짐했던 내용들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을 짓누르고 있는 직면한 현실 중 먼저 해야 할 일은 ‘통합’을 위해 자신의 반대편에 선 국민들의 상처를 안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당선된 지금은 새 역사관을 가지고 새로운 눈으로 ‘아버지 시대’를 바라 봐야할 것이다. ‘내 기준에서는 아버지가 나라를 지키는 정의의 사도’였는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자유와 민주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투옥 고문당하고 목숨을 잃었으며 절망 속에서 절규했었다는 사실을 끌어안아야 한다. ‘저들의 상처가 나의 상처보다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통합의 정치 상생의 정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호남인이다. 호남인의 상처에 대해서도 겸허히 고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영호남의 지역 갈등도 해소해야 할 때이기에 호남인이 맺힌 한을 호남인의 편에 서서 풀어 준다면, 아니, 결자해지(結煮解之) 라고, 먼저 매듭을 묶은 사람이 그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사자성어를 실행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야 말로 선덕여왕에 못지않은 위대한 멋진 여성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