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심이 있다 ‘정대세’

2013-01-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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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무엇엔 가에 관심이 있음은 즐거운 일이다. 그것이 사람일 경우는 더욱 큰 기쁨이다. 요즈음 필자의 관심은 온통 정대세에게 묶였다. 오래 전에도 이 자리에 ‘정대세의 어머니’라는 글을 실었었다. 그때부터 그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매스 미디어를 통해 만나본 어머니의 가정교육은, 점차 늘어나는 외국 거주 한민족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았다. 그녀는 대세를 축구선수로 키웠고, 운동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곤란하다고 생각하여, 피아노를 가르쳤지만 가족이 주는 폐단을 막기 위해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다고. (그녀는 결혼 전 조선학교에서 8년간 음악교사직을 맡았음) 또 축구 선수 대세의 고민을 덜기 위해 격려전화를 삼년간 계속하였다. 이런 그녀의 자랑은 바로 초, 중급 및 고급학교 12년간의 지각도 없는 개근상이다. 그녀의 교육은 인성 함양이었고, 한민족교육을 통하여 착실하고, 끈기 있고, 목적을 세워 매진하는 사람을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꽉 막히지 않도록 음악교육으로 숨통을 터주었으니 현명하다.


다만 한 가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것은 ‘한민족으로 산다면 국적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한 점이다. 대세와 부친의 국적은 대한민국이고, 모친은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 대세가 남아공 월드컵에 북한 국가대표로 참가하여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클로즈업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드디어 이 자리에 왔다’는 생각에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는 본인의 설명이 따랐으니, 그가 흘린 눈물에 국적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정대세가 마침내 한국프로축구 선수로 수원에서 뛰게 되었다. 그는 기자와의 회견에서 “첫 시즌에 15골을 넣겠다”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정대세다운 발언이다. 축구경기 보는 일을 즐기지만 그가 올리는 전적보다는, 그의 심리적인 변화에 필자의 관심이 있다. 그가 보인 현재까지의 언어동작에 따르면 건강한 성장을 하였다고 본다.

그의 성격이 명랑쾌활하다, 언어 동작이 분명하다, 주위 환경에 잘 적응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자기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다재다능하다, 주위의 분위기를 밝게 한다...등 좋은 면이 여럿 보인다. 그가 자란 환경은 일본 내에 사는 외국인이었고, 그가 다닌 조총련계 조선학교는 마치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이질적인 대우를 받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그의 구기지 않은 성품은 어디서 왔을까. 더 중요한 것은 북한도 대한민국도 정대세에게는 ‘우리 한민족의 나라’인 점이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또한 사람은 ‘김한솔’이다. 북한 김정일의 손자인 그는 현재 유럽에서 공부하고 있다. 김한솔, 정대세는 한국 통일에 새로운 물줄기를 이루지 않을까. 유니폼과 자유 복장, 규격화된 사상과 자유로운 사고방식,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과 균일하게 배당을 받는다고 믿는 행복...등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통일의 길이 가깝다고 본다. 그래서 통일은 국내 문제지만, 외지에 사는 한국계 사람들의 영향을 받게 되지 않겠는가. 멀리서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이 더 뚜렷이 보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한민족으로 산다면 국적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영주권을 받는 일은 생활의 방편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시민권을 받을 때는 고민하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리석었나.

온 세계가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다. 변하는 것이 아니고 섞이고 있다. 또한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일로 알고 있던 자기의 성별, 국적 중 하나만이 남은 셈이다. 흔히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 중에는 ‘소속감’이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 민족이나 국적, 사회단체, 가족 등에 속해야 각자의 안정감을 얻는다. 이 중에서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민족’이라면 이는 더욱 값진 일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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