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동과 무감동

2013-01-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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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교회에 가서 목사의 설교를 들을 때 어떤 목사의 설는 감동이 오고 또 어떤 목사의 설교는 감동이 오지 않는 설교도 있다. 설교를 감동으로 들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감동이 오지 않는 설교보다는 감동이 오는 설교가 훨씬 좋다. 이왕 듣는 설교가 감동을 주어 마음을 새롭게 다짐할 수 있고 생활이 변한다면 그건 명 설교다.

감동을 주는 설교 비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 설교의 감동은 설교의 기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목사의 박학한 성경 지식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듯한 설교의 예화에 있는 것도 아니다. 어눌한 표현의 설교라도 감동을 주는 설교는 그 설교가 그 목사의 삶에 근거하기에 그렇다. 즉 목사의 삶과 설교가 일치할 때 감동은 온다.


감동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깊이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이라 되어 있다. 그러니 감동이란 마음을 움직이는 힘, 혹은 마음을 변화시키는 작용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이 변화되면 행동이나 말이 바뀐다. 행동이나 말이 바뀌면 삶이 변화된다. 삶이 변화된다 함은 곧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는 뜻이다. 인생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

흔히 운명은 타고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의 마음먹기와 행동 여하에 따라 운명은 얼마든지 바뀐다. 긍정으로 살면 운명은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 그러나 부정으로 살면 운명은 반드시 나쁜 방향으로 바뀐다. 철칙이다. 법칙이다.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 준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비법과 실패할 수 있는 비법이 여기에 있다.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을 때 마음이 움직이듯 운명도 움직인다. 얼마 전 방송을 통해 들은 안병직서울대명예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감동을 주는 정치가 정말 정치다”. 그러면서 “박근혜당선인은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다”라고. 그는 예를 들었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이 노인들이 사는 쪽방이었다고.

안 교수는 박당선인이 노인들을 먼저 찾아가 그들을 위로한 것은 돈도 별로 들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 모습을 통해 본 국민들의 감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기대치를 안겨주었다고 풀이한다. 감동은 바로 이런 것,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박당선인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먼저 찾아간 것도 하나의 감동이다.

유능한 변호사란 배심원들을 감동시킬 줄 아는 변호사다. 똑 같은 상황일지라도 배심원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무죄가 될 게 유죄가 된다. 흔히 법정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죄질의 유와 무를 판가름하기 힘든 케이스엔 반드시 감동을 주는 변호사 혹은 검사가 이기게 마련이다. 열 명의 배심원의 마음을 깊이 느끼어 움직이게 하면 이긴다.

세상에서 가장 감동을 주기 힘든 사람이 있다. 부인과 자식이다. 아내나 자식이 남편이나 아버지를 감동시키는 일은 있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를, 혹은 아버지가 자식을 감동시키는 일은 드물다. 가정 나름, 사람 나름이지만 대부분 그렇다.

돈은 잘 못 벌어다 주지만 아내와 자식들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남편과 아버지가 있다. 감동이다. 100점짜리 감동은 돈도 잘 벌어다주고 알뜰살뜰 가정을 돌보는 능력 있는 남편이자 아버지다. 무한 감동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구상에 그런 남편과 아버지가 몇 명이나 될까. 50점만 받아도 감동의 남편과 아버지가 되는 것 아닐까.

성공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전문 지식은 15%밖에 성공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나머지 85%는 감동이 있는 인간관계란다. 그리고 성공자들은 ‘세 가지 방문’을 잘한다고. ‘입의 방문’ ‘손의 방문’ ‘발의 방문’이다. 입의 방문은 부드럽게 칭찬과 용기를 주는 방문, 손의 방문은 편지를 써서 진솔한 마음을 전달하는 방문, 발의 방문은 상대가 병들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찾아가는 방문이다.

목사는 삶과 설교가 일치할 때 명설교가 아니어도 그 설교로 감동을 준다. 무감동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감동 있는 변호가 무죄를 만든다. 무감동의 아버지와 남편은 아내와 자식을 불행으로 이끈다. 입과 손과 발의 방문을 통해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성공의 길에 들어선 자다. 깊이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면 사람이 바뀌어 지고 운명도 바꿀 수 있다. 감동과 무감동, 하늘과 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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