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100달러에 총을 사는 목사

2013-01-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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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PS/MS 57 과학교사)

뉴욕타임스에 크게 나온 사진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신시네티 오하이오의 Church of Christ에서 무조건 총 한 자루에 100달러의 기프트 카드를 준다는 소문이 퍼지자 1929년 대공황 때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서 은행앞에 기다리던 장면, 1975년도와 지난해 발생한 개스대란으로 인해 개스를 사려고 통을 들고 늘어선 긴 줄, 오하이오 한 교회 앞에서는 총 하나 혹은 두개씩 들고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의 사진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총을 소지하고 있구나. 결국은 배가 고프면 총도 별 소용이 없어지는구나. 놀음에 미치면 부인까지 팔아먹는다는 놀음꾼이나, 배가 고프면 총이 자식이던 사람을 팔려고 하는 인간의 이 비정한 절박함(desperation), 아, 어떻게 하나?


절친하게 지내던 한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 느끼는 이 허탈감. 귀에 이어폰을 끼고 길거리를 헤매면서 자신만의 세상으로 떠돌아다니는 뉴욕시민들, 땅만 쳐다보느라 하늘을 채 보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서 ‘Look Up’ 이라는 싸인까지 도로에 새겨진 뉴욕의 길거리. 아, 어쩌다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게 되었나? 미국 TV 방송프로그램 중 외계인의 세계를 그린 가공영화 ‘Twilight Zone’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

한 사람의 사망소식을 듣고도 슬퍼할 줄 모르고 오직 자기 자랑에 바쁜 자나 죽은 자와 경쟁하기 위해 “나에겐 더욱더 위대한 죽음이 있다!” 하고 외치는 외로운 자. 이 모든 장면이 흑백 TV show, Twilight Zone에만 나오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사는 2013년도에 벌써 그 머나먼 훗날에 다다랐을까? 벌써 Twilight Zone의 시대로 온 것일까?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미래를 믿고 인생의 꿈을 키우는 멘토로서 아름다움을 믿었다. 또 내일이 있다는 희망으로 오늘 잠에서 깨어났는데, 자그마한 충격이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정신건강, 정신질환에 애쓰는 한인단체에 예산을 많이 확보한다는 신문기사에 감사한다. 암의 치료도 치료지만 우리는 자신의 정신건강에 더 더욱더 신경쓰고 치유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자신이 인식을 못하면 가까운 사람들이 정신질환이나 정신상태에 위태로움을 느끼는 사람을 전문인에게 이끌고 가는 일도 이웃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총을 100달러에 파는 사람들이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못하면서 자신만을 돋보이고 싶어하는 가엾은 자들, 앞을 못 보고 스마트 폰만 보면서 고개숙인 체 아무 때나 길을 건너는 이 시대 젊은이들, 죽은 사람과 경쟁하는 자, 주름하나 없이 얼굴색이 다 ‘흰둥이’처럼 되어가는 한인들, 이 모든 현실이 이 추운 겨울 나의 마음을 더욱 시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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