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책으로 열어가는 2013년

2013-01-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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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오늘날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책을 읽는 민족이다. 근대 계몽사상가이자 일본의 국부로 알려진 후쿠자와 유키치의 영향에 크게 힘입은 바다. 메이지 시절 일본인의 근본부터 흔들어놓은 후쿠자와는 그의 저서 ‘학문의 권면’에서 좋은 국민은 독서로부터 나온다며 책읽기, 학문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하철에서 게임이나 휴대전화로 시끄러운 한국인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한국은 지난해 책읽기 운동을 적극 벌였었다.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서였다. 책 읽는 사람의 감소현상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한인사회도 책 읽는 분위기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바쁜 생활 탓인지 대부분 TV나 컴퓨터 등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현대인들이 기계중심으로 살다 보면 정신적으로 황폐해져 기계가 발달하면 할수록 더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실제로 실험결과에서도 책을 자주 읽는 사람들이 책을 덜 읽는 사람들보다 훨씬 비폭력적이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례들이 많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인격형성과 청소년의 잘못된 행위나 범죄행위가 독서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통계가 그것이다.


우리는 자랄 때 독서삼매경에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테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폭풍의 언덕’ 등을 몰래 읽다가 종종 선생님에게 들켜 혼이 나거나 책을 빼앗기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책이라고 해야 입시관련 서적들이 고작이다. 그 결과 일등만을 추구하는 기계인간이 양산되고 문제아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컴퓨터 개발로 세계최고 갑부가 된 빌 게이츠는 누구보다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기부도 많이 하여 세상을 살찌웠다. 그 저변에는 독서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것이 마을의 도서관이었다고 하며 하버드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라고 할 정도로 그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거부 워렌 버핏도 하루에 많은 시간을 책을 읽는데 보낸다고 한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도 미국의 대통령까지 된 에이브라함 링컨의 가공할만한 독서력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지식이나 정보의 축적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과 세상을 바르게 보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또 실제 경험으로 배우기 어려운 것들도 많이 접하기 위해서다. 누군가 독서는 돈이 안 드는 취미생활이라고 하였다. 다른 여러 취미생활에 비해서 훨씬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매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며 요즘처럼 삭막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필요한 힘과 용기,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도 가까이 해야 할 것이 책이 아닐까 싶다.
새해가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여러 가지 계획들도 많겠지만 이번 해는 하나 더, 책으로 열어가는 한해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악령’ 등 세기적 문학작품을 남긴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도예프스키의 삶과 예술세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 감동의 서사시 ‘아름다움이 세계를 구원할 것이다’ 책 한권을 소개한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생애는 같은 러시아 태생으로 그와 쌍벽을 이루는 귀족출신의 대문호 톨스토이와 달리 매우 빈곤하고 어두웠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감회가 새삼 가슴을 때린다. 지독한 가난과 결혼 실패, 재혼, 아들죽음, 그리고 오랜 유배생활, 간질, 평생 도박과 빚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행한 삶속에서도 그는 위대한 작품들을 줄줄이 내놓았다. 그의 타오르는 열정과 뜨거운 신앙심은 그의 작품생활에서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도스도예프스키가 걸어온 고난의 행적은 벅찬 감동과 환희, 설레임으로 다가오면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현대인의 삶에 강한 에너지원으로 승화되고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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