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별대사면과 유종의 미

2013-0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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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엔 특권층과 서민층, 즉 보통사람들이 살아간다. 특권층이라면 정권을 잡은 사람의 친인척과 부자인 재벌과 가족들 그리고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들 등을 말할 수 있다. 보통사람들이란 이와 반대로 아무도 기댈 곳이 없는 서민과 가족들, 하급공무원과 가족들, 막노동으로 하루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 등을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서울은 특권층들이 사는 곳과 서민들이 사는 동네가 다르다고 한다. 특권층들이 사는 곳은 경비가 삼엄하여 아무나 못 들어 간다고 한다. L.A.의 비버리힐스를 방불하게 한다며 한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말한다. 이번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당선인은 민생을 처음으로 꼽아 모두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어찌되나 두고 볼 일이다.


2월10일 구정을 전후해 한국정부는 대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 한다. MB(이명박)정권의 임기 말 마지막 카드로 쓰이게 될 이번 사면엔 MB의 형 이상득 전국회부의장과 최시중 전방송통신위원장도 포함될 것이라 하여 야권과 시민들의 심기를 한층 더 분노로 몰아가고 있다. 대통령 임기 말 특별사면은 관례처럼 행해져 오는 것이다.
하지만 관례도 관례 나름이다. 권력형 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아 감옥에서 형을 살고 있는 특권층의 사람들을 대통령이 사면시켜 준다면 그들로 인해 평생 모았던 돈, 몽땅 잃어버리고 고통 받고 있을 서민들의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어디에 가서 호소해야 하나. 돈 받아먹고 들통 나 감옥에서 좀 살다가 나오면 다 되는 것인가.
특권층, 이렇게 면제해줘도 되는 건가. 1517년 10월31일, 독일 신학자 마틴루터는 비텐베르크의 한 성당 앞에 교황의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는 95개조의 반박문을 개시했다. 면죄부란 당시 가톨릭교회와 교황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헌금을 하면 죄가 사해진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교인들을 속인 증서다. 면죄부는 교황의 사치에 사용됐다.

결국 면죄부는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의 규제를 통해 사라지게 됐으나 개신교가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는 루터의 가톨릭 부패의 저항에서부터 탄생된 루터란 교회와 모든 개신교를 말한다. MB의 특별사면이 중세기 교황의 면죄부마냥 특권층을 위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서민층은 불쌍한 사람들에 속할 수도 있다. 요즘 상영되는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다. 장발장이란 인물이 조카들의 굶주림을 보다 못해 빵 한 조각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혀 19년간 옥살이를 하다 탈옥한다. 탈옥 후 밀르에르 신부를 만나 은그릇을 훔치나 용서받은 후 마들레느란 이름으로 부자가 되고 시장까지 된다.

그러나 자베르 경감에 의해 그의 과거가 폭로된다. 그는 자백하여 다시 옥살이를 한다. 그후 또 탈옥해 코제트를 만난다. 프랑스공화주의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코제트를 사랑하는 청년 마리우스가 부상을 당한다. 그는 마리우스를 살린 후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결혼시키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그들에게 준 후 운명한다. 불쌍한 사람들의 얘기다.

MB정권의 마지막 카드. 특별대사면. 불쌍한 사람들이 호구지책으로 인해 장발장처럼 범죄하여 오랜 기간 옥살이를 하며 모범수가 된 사람들에겐 특별사면이 필요하다. 새 임금이 등극하면 옥문을 열어준다는 옛날의 전통도 좋다. 그러면 특별사면도 새 대통령에게 넘길 것이지 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MB가 해야 하나. 걸맞지 않다.

박근혜당선인은 이번 특별대사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정작 사면될 서민층 사람은 사면해도 된다. 하지만 특권층인 사람들. MB의 친인척비리에 얽혀 보통사람들의 피 같은 돈을 갉아 먹었거나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서민들의 돈을 갈취한 그런 사람들에겐 면죄부를 주어선 안 된다. 노동자들의 자살 원인을 박당선인은 잘 알아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세계최강의 나라 미국을 앞으로 4년간 다시 통치하게 된다. 그의 청렴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MB. 성과도 있었지만, 얼룩진 지난 5년이다. 교황의 면죄부는 사기였다. MB가 특별대사면을 강행한다하자. 서민들을 속이는 사기가 아닌 정작 사면이 될 사람들만 특별 사면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권력의 말미, 유종의 미를 거뒀단 말을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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