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얼굴 가진 뱀

2013-01-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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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목사)

뱀을 소재로 한 창세기사는 비유문학의 선봉인 이솝우화도 감히 추종을 불허하는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간교한 뱀을 등장시켜 순진한 하와를 속였고 사실 아담과 하와 당사자들이 지은 죄를 억울하게도 후손대대로 죄의식과 치욕의 연대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불평도 나올 법 하다.

2013년 계사년의 여명이 밝았다. 12지에서는 뱀을 다산, 풍요와 재산을 상징하는 얼굴로 미화시키지만 성서는 뱀의 얼굴을 간사하고 흉측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쨌든 간에 어려운 경제가 뱀띠의 상징처럼 풍요해진다면야 다행이겠지만 반대로 조상 하와를 속인 뱀이 찾아와 속이고 이간시킨다면 또다시 사회는 불안해질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을 속여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계사년엔 속이는 덫을 치고 숨어 기다리는 포수처럼 야비한 사냥방법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의리 있는 신라의 화랑처럼 잠자는 짐승은 다시 깨워 도망치게 한다던지 새끼 달린 짐승은 잡지 않겠다는 신사도를 닮아 우리사회가 ‘도덕 재무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사실 말이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속이고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본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부정부패로부터 친인척 비리, 주가조작, 세무계, 경.검사, 교육계까지 학력조작, 가짜박사, 의료계, 법조계의 비리연루사건 그리고 먹거리까지 가짜 참기름, 고춧가루 사건, 의약계의 만병통치 선전하는 돌팔이 약장수, 이민사기, 결혼사기, 성범죄로 끝나지 않고, 종교계 사이비 축복, 만사형통, 병 고침 신비주의로 돈 뜯어내는 양의 옷을 입은 늑대, 거짓선지자(마7:15)까지 일일이 열손가락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한국사회와 교회는 병들었고 십계명을 어겼던 것이다.

오늘도 종이신문을 보면 넥타이 맨 죄수들이 포승되어 얼굴을 가린 채 플래시를 피하는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클 때는 제발 “속지 않는 똑똑한 사람이 되어라”는 표어까지 생겼고 적반하장 속이는 사람보다 속는 사람이 더 나쁜 사람이 되는 꼴이 되었다.

밝아오는 계사년은 속지 않는 개인보다 속이지 않는 이민사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든 시민의 어깨에 메여있다. 형용사가 풍부한 우리의 한글은 단연 언어의 마술사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계사년 아침에 우리 집 담장에 ‘소가 넘어 간다’고 말하면 ‘속아 넘어 갈’ 사람 없을 것이다. 그보다 우리 모두 속이지 않는 한해로 살아간다면 분명코 번영과 행복을 계사년은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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