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동이 넘치는 해

2013-01-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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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얼마전 한국TV에서 인기 연예인 김혜자씨가 지난 20년간 아프리카 오지에서 접한 참상과 구호활동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호기심에 아프리카를 찾았다가 굶주림에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그 처참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 그때부터 세계구호기구인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로서 아동결연운동을 펼쳐온 그녀의 발자취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활동은 아프리카 많은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고 꿈을 심어주는 기적을 일궈냈다.

“아, 어떡해, 이럴 수가...”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아 널브러져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충격속에 울부짖으며 결연운동을 펼쳤던 그녀는 이렇게 호소한다. ”여러분에게 내 눈을 빌려주고 싶습니다. 굶주림에 죽어가는 아이들의 참상을 볼 수 있도록, 그리고 내 두 팔을 빌려주고 싶습니다. 가엾은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도록” 아프리카 남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던 이태석 신부, 한국의 슈바이처였던 장기려 박사 등은 오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들은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는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온 몸을 던져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면서 혼탁하고 어지러운 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일생을 헌신한 고 이태석신부의 발자취를 그린 위대한 사랑의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는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진한 감동을 주었다. 이들이 남긴 아름다운 향기는 세인들의 가슴에 두고두고 울림으로 남아있다. 이들이 뿌린 사랑과 헌신적 행적을 다시금 떠올리는 이유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나눔의 삶이 우리 사회에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연말이면 등장하는 구세군 남비에 지난 연말에도 익명의 노신사가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써 달라“는 말과 함께 1억원의 수표를 주고 가 가파르고 추운 겨울에 감동의 메아리로 전해왔었다. 그가 남긴 메모 내용은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거룩하고 숭고한 숲속에 띄워 보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거칠어지고 먹고살기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주위가 온통 숨가쁘고 정신없이 돌아간다. 이런 속에서 어려운 내 이웃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아직도 살만하다는 증거이다.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굶주림과 질병, 전쟁으로 인해 태어난 지 한달도 안 돼 죽어가는 어린 생명이 40%나 된다. 그리고 매 5초애 한명씩 5세이하의 아동이 숨지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노동의 현장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수많은 여자 아이들이 성노예로 팔려가고 있는 현실이다.

지구 저편, 우리와는 너무 먼 이런 오지의 현실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너무나 넘치는 풍요에 갇혀 좋은 것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로 우리는 모든 것이 너무 풍부해서 오히려 감사를 모르고 불평, 불만만 가득한 게 사실이다.
인간의 종류에는 누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 도우려고 하는 유형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외면하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새해가 되면 사람은 누구나 지나온 삶을 반추하면서 겸허해지고 열린 마음이 되고자 한다. 어려운 사람을 보게 되면 나누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연말이다. 올해는 연말뿐만 아니라 연중 내내 나눔의 바람이 한인사회에 불었으면 좋겠다.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하고 간 위인들과 같이 살 수는 없더라도 우리가 춥고 배고픈 이웃과 조그마한 나눔이라도 실천해 나간다면 삶이 더욱 풍요롭고 커뮤니티도 밝아지지 않을까.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마지막 구절이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13년은 어려운 사람과 나누는 삶으로 진한 감동이 한인사회에 넘치는 아름다운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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