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묘한 나라, 묘한 민족

2013-01-03 (목)
크게 작게
김윤태(시인)

대한민국! 참으로 특별하고 묘한 나라다. 애국가에 나오는 가사처럼 하느님이 보우해서인지 무너지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참으로 줄기차다. 어떠한 역경이 닥쳐도 두려움을 모르는 나라다.

별로 크지도 않은 영토를 가지고 수많은 외세의 침공을 받고서도 반만년을 넘게 버텨온 대한민국의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탑을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서양에는 아예 탑이 없다. 전쟁만 알았지 역사에 전통이 스민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몇 천 년을 지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흥망성쇠가 빈번했던 중국의 탑은 전탑으로서 흙을 빚어 만든 벽돌로 탑을 올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색깔이 변하고 내용물도 부석부석 삭아 내려 결국에 가서는 모래알로 남고, 침략근성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탑은 목탑으로서 그들의 민족성처럼 불타기 쉬운 나무로서 목탑을 지어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다가 결국에 가서는 부서져 버리고 말지만, 한국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고 썩지도 않고 내용물도 상하거나 변덕을 부리지 않는 돌로서 탑을 올려 몇 천 년이 흘러도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다. 대한민국은 석탑이다. 석탑은 우림하지 않고 정답다. 석탑은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우직한 모습이 장식이다.



거기에다 인류 최초로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고 나라를 다스리게 했던 민족, 진덕여왕이 생겨나고 선덕여왕이 생겨나게 한 기묘한 민족일 뿐만 아니라 지금의 육군 사관학교와 같은 화랑도의 집단을 세워 나라를 지키게 한 묘한 민족이 현대에 와서 또다시 여성 대통령으로 여성을 뽑아놓고 박근혜 당선자의 말대로 국민 행복시대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묘한 민족이다.

케피탈리즘은 언제나 철학적이고 그럴 듯하고 유혹적이다.
여성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치가 시작 되었다. 그런데 항상 그러했듯이 구체적 방법보다는 벌써부터 케피탈리즘만 쏟아지고 있다. 시간이 가면서 국민의 행복시대가 열릴 방법이 속속 나올 것이라고 믿기는 하지만 정치의 시작은 언제나 케피탈리즘의 말만 난무하며 여야의 투쟁으로 권력 다툼만 하다가 백성들은 잊혀지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번에도 또 그럴 것인가? 협조하기보다는 비판이 매력적이고 공조하기 보다는 독선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민생의 결과가 좋으려면 말 그대로 공생하는 길이다. 세상은 순탄하지 않다. 날이 갈수록 파괴력이 더 무서워지는 새로운 무기가 나오고 나라마다 그 무기를 보유하려고 힘을 쏟고 있다.경제는 힘 있는 자의 손에서 놀아나고, 종교와 도덕과 윤리의 두께는 점점 얇아지고 있는 이 시대, 까딱 잘못하면 삶의 방향을 잃게 되고 인류 생존의 길을 잃게 된다.

재벌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데 같은 땅에 사는 서민들은 왜 점점 더 가난해 지는 걸까?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점점 더 생활 형편이 좋아지는데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왜 형편이 점점 더 나빠질까? 불가사이 같이 살아온 작은 땅의 묘한 민족, 이번에는 어떤 힘으로 또 이어 갈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