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두언

2013-01-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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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홍(목사)

아직 책 한권도 내보지 못하고 권두언을 쓰게 되어 조금 어색하다. 그러나 우리의 삶 자체가 책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금년에 쓰게 될 책이름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 ‘닭 울음소리’ 라고 하고 싶다. 닭은 사람 생활 속에서 가장 친숙하게 접하고 역사를 같이한 가금류이다.

예부터 닭은 우리의 생활에서 땔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는 닭 울음소리에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첫 닭이 울 때는 정확히 새벽 4시정도였다. 그래서 부지런한 어머니들은 첫 닭소리를 듣고 잠을 깨곤 하셨다. 아울러 두 번째 닭은 5시경이 되면 울었다. 이때면 대부분의 가정주부들은 일어나 우물에 물을 기르러 가는 것부터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닭은 우리의 삶에 밀접한 관계와 더불어 우리의 도움이 되었다.


어릴 때 보았던 서양의 그림이나 책에 보면 지붕위에 풍향계 같은 것이 있는데 거기에는 빠짐없이 닭이 새겨져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닭울음소리는 시계였음을 증거해 준다. 사람들의 삶을 규칙적으로 살도록 도와준 여러 가금류 중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또 우리의 먹거리 중에서 자신을 남김없이 희생한 것 중의 하나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존재였다.

성경에 보면 닭 울음소리가 인생의 한 길을 바꾸는 역사를 우리는 보게 된다. 그러므로 닭 울음소리를 통해서 자신을 바르게 세우는 한 계기도 삼고 더 나아가서는 남에게 도움을 아낌없이 주는 삶을 살아가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 우리는 예수님의 수제자란 베드로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금년 한해를 허상을 버리고 실상을 이루며 살았으면 한다.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인간의 몸을 입고 동정녀인 마리아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공생애 3년동안은 12제자를 세워 훈련을 시키고 자신의 사역을 맡기셨다.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고, 3일 만에 다시 부활하셔서 생명의 첫 열매가 되었고 모든 죄의 용서와 죽음을 이기는 생명의 길을 인류에게 주셨다.

예수님이 잡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면서 모두 나를 버리리라고 하실 때 베드로는 자신 있게 앞장서 다른 제자들이 버릴지라도 자신은 그렇지 않는다고 맹세까지 했다. 이때 예수님은 베드로를 바라보면서 오늘 닭 울기 전에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고 했는데 그대로 이루어졌다.

이런 역사 앞에 닭 울음소리에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자신의 잘못된 삶을 돌아 볼뿐 아니라 혈기로 맹세까지 했던 어리석음을 회개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새벽이면 울어대는 닭 울음소리지만 한 인생의 길을 바꾸어 돌아가는 새 길의 길잡이가 된 것을 보면서 우리도 더욱더 우리 자신뿐 아니라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에서 책이름을 그렇게 짓고 싶다.

세상에는 많은 교육기관이 있다. 인성교육에서부터 지식을 연마하는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이를 위해서 지나친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이나 심지어 사회를 넘어 국가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작은 자연의 움직임이나 소리에서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세워가는 새 역사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모든 자연은 서로에게 유익을 주면서 공존하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덕을 끼치고 도움을 주는 삶의 책을 쓰면서 살았으면 참으로 좋겠다. 닭울음소리가 되어서 시간과 시대를 깨우고, 베드로처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더 충성스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깨우며 지키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서 밝은 사회 건설에 역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내 자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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