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연하장

2012-12-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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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자유기고가)

매년 마지막 달인 12월 이맘때쯤엔 사람들은 카드를 쓰고 또 보낸다.
멀리 살고 있는 친지나 지인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고 지난 한 해를 잘 보낸 감사의 뜻도 담고 예수님 탄생을 경축하고 아울러 새해를 맞이하며 가내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면서 새해인사를 주고 받는 아름다운 풍속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매년 예외없이 보내오던 분으로부터의 카드가 없을 때에는 틀림없이 어떤 유고(有故)가 있는 것인데 가족 중 누가 연락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냥 소식이 끊기고 만다. 어떤 경우에는 전화까지 두절되면 그 사람과의 일생동안 나누었던 인연은 그렇게 종막을 내리고 만다.


어제 20여 년 전부터 학교관계로 돈독한 우의를 나누던 미국인 친구의 부인으로부터 성탄 카드를 받았다. 지난 8월 향년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눈물겨운 소식까지 포함한 연하장이자 부고인 셈이다. 이곳 뉴저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유명한 중학교 교장을 10년간 역임한 그야말로 일생을 교육의 현장에서 교육자로 헌신하신 열렬 친한파의 친구였다.

가슴 아픈 사연은 55세의 젊은 나이에 선천성 질환인 MDS증세의 악화로 조기 퇴직을 한 후 부인과 함께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이사를 했고 그 후 연하장으로만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벗을 잃어 가슴이 아픈 것이다. 언제 한번 놀러오지 않겠냐고 수차 연락이 왔었지만 자동차로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고 한번 움직인다는 게 쉬운 연령대가 아니어서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남게 되었다.

며칠 남지않은 연말, 멀리 있는 친지에게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연하장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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