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이 떠오른다

2012-12-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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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2012년은 마야문명의 달력으로 치면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종말론을 실제 벌어질 것처럼 떠들고 다녔던 해다. 물론, Y2K사건 때처럼 1999년을 마감하는 날부터 2000년 1월1일사이 지구가 완전히 멸망해 없어진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던 인류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어쩌면 지구 종말론은 장사꾼들의 잔칫날이자 연례행사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오랫동안 집중시키고 그 공포를 밑천으로 하여 아이디어나 제품을 강매시킬 수 있는 기회도 없다. 다만, 그런 속임수에 쉽게 마음을 뺏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들의 마음이 허전하다는 증거일까.

인류사 최고의 현대문명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들의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허함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고등교육을 받고, 아이폰, 초고속 인터넷, 위성방송이네 하면서 자신이 대단하다고 스스로 도취돼 어깨에 힘주면서 가장 잘난 인간인양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기계적인 인생을 살면 살수록 더욱더 우리들의 영혼은 각박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추운 겨울에 주변에 동사로 죽어가는 우리 이웃이 얼마나 있는지 우리는 생각이나 하고 살고 있는가? 우리 교회, 우리 가정만 따뜻하고 잘 먹고 배불리 살고 있으면 만사가 형통하다는 비좁은 생각만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불과 얼마전에 허리케인 샌디를 겪으면서 휘발유 한 방울의 소중함, 흔하게 쓰는 전깃불의 소중함, 이웃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은 우리들이 아니던가? 평소 전화통화도 잘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주변의 여러 친구, 친척, 지인들에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면서 진정한 커뮤니티란 무엇인가 우리는 절절히 깨달았다. 평소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던 이웃이라도 인간을 미약하고 하찮은 존재라는 현실을 일깨우는 자연의 따끔한 경고앞에 우리는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걸 새삼 피부로 절감했다.

얼마전 커네티컷주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에서도 우리네 인생에서 완벽한 보험은 없다는 사실 또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민와서 낯설고 험한 동네에서 온갖 위험 무릅쓰고 한 푼이라도 더 벌어 가족의 미래를 위해 저금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우리들. 커네티컷 참사는 그 한 푼 한 푼을 모아 보다 더 안전하고 한적한 백인 부자동네에 정착해서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앞만 보고 살아온 한인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이제 2013년 새해에는 뭔가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달라지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 개개인 스스로가 변화하는 원년이 되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우리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기를 기다리고 기대할 것이 아니다. 우리 개개인이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서, 세금을 내고 있는 나라에서부터 뭔가 달라진 모습이 돼야 겠다.

마야달력에 의하면 2013년은 그야말로 몇 백년 만에 돌아오는 새 시대의 첫해이다. 마야달력이 무슨 의미이던 간에, 많은 사람들이 그 달력이 가리켜온 2012년 12월을 두려워하면서 연말을 보낸 사실을 생각해 보면, 어쨌든 쓸데없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무리 지구가 혼돈스러워도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떠오르던 태양처럼 새해에도 또 새로운 믿음과 희망이 솟구칠 것이다.

우리 신체의 나이가 중년이든, 노년이든 그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매일 매일 활활 타오르는 태양처럼 2013년 새해에도 우리의 마음이 용광로처럼 뜨겁게 타올라 우리가 이곳 미국으로 이주해온 결심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자부 할 수 있도록 쉬지않고 계속 정진해 보자. 아무리 살기가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가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겠는가.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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