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구 결과가 말한다

2012-12-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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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말은 어느 것일까. “제 생각은..., 어느 책에 이런 말이 있었지요, 교수님의 말씀이, 10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누군가 말하기를, 지나가다 언뜻 들었는데...” 등 일상생활에서 정보를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렇듯 다채로운 방법으로 얻게 되는 정보들은 제각기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다. 즉 가볍게 다룰 수 있는 것과 귀담아 들어야 하는 것들로 나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도저히 답을 얻을 수 없는 것이 많다. 그 중의 하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물음이다. 꼭 이 답을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니면서 재미있게 되풀이 되는 물음이다. 이런 종류의 질문에 속하는 또 다른 무거운 질문은 타고난 재질 즉 재주와 기질하고 태어난 후의 교육과의 관계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쟁점은 DNA를 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와 없다는 두 가지 해답이다. 이것은 ‘닭과 달걀’의 선후 관계와는 달리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정답이 없이 개인별 해석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교육계의 사람들은 DNA를 꾸준한 교육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일에 정성을 쏟는다. 그러다가 어떤 현실에 부딪히면 굳은 믿음에 일말의 회의를 느끼며 ‘여기까진가?’라고 탄식을 한다.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바탕에 깔린 교육의 영향을 믿는 까닭이다.

여기에 쾌보가 있다. ‘아인슈타인 천재성 비밀 풀렸다’는 기사를 보자. “상대성 이론을 창안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 영역에는 일반인의 뇌보다 많은 주름이 잡혀 있어 그의 천재성을 설명해주는 단서가 되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19일 보도하였다. (전략) 『아인슈타인의 뇌가 태어날 때부터 이처럼 특이했는지, 아니면 오랜 세월 물리학 이론을 생각하다가 이처럼 특별해진 것인 지에 관해서는 일치된 의견이 없지만, 포크교수는 양쪽 다일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본래 매우 명석한 뇌를 갖고 태어난 데다 잠재력을 개발시키는 온갖 종류의 실험까지 하면서 ‘천성과 육성’의 혜택을 모두 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천성은 DNA이고, 육성은 온갖 교육이다. 포크교수의 견해로는 이미 타고난 좋은 재질과 후천적인 교육의 결과 아인슈타인이 태어났다고 한다. 그의 견해가 합리적임을 인정한다. 결국 천성으로 이미 지니고 태어난 소질과 생후 받은 교육의 집합체가 한 개인의 성취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크교수의 진단은 천성과 육성이 좋게 이루는 배합이 인간 성장에 공헌한다고 본다. 천성이 약한 사람도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 결코 도외시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힘으로 다른 방면의 재능을 키울 수 있다. 반면에 풍부한 천성을 지닌 사람은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찾을 때 아름다운 천성을 발휘한다. IQ는 높은데 전연 노력이 없는 사람과, IQ는 낮지만 꾸준히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쪽을 높이 평가하겠는가. 우리는 제각기 가지고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그 위에 본인의 노력과 교육을 보태면서 삶의 뜻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 포크교수의 의견은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학부모들에게 격려가 된다. 그 영향력을 믿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한국문화의 묘목’을 이 지역에 옮겨 심었거나, 새로운 씨앗을 뿌렸다. 우리의 이상은 이 묘목들이 이 지역에 싱싱한 한국문화의 숲을 이루기 바라고 있다. 채근담에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어서 부모의 마음은 자손을 번영시키는 뿌리이니, 뿌리내리지 않고서 무성한 나무 없다고 말한다. 이는 부모의 정성이 한국문화의 숲을 이루는 밑거름이라고 말한다. 새로 맞이하는 2013년, 우리들의 열의가 새롭고, 다채롭고, 꾸준하게 계속되면서 자녀들의 뿌리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영양소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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