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핵미사일과 남한사람들

2012-12-15 (토)
크게 작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칼은 인류가 발명해 낸 도구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도구 중 하나다. 아마 칼의 사용도를 설명하자면 몇 페이지를 할애해도 부족하다. 칼은 종류가 많다. 부엌과 주방에서 쓰이는 음식장만용 칼, 병원에서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용되는 매스라고 불리는 칼, 도살장에서 사용되는 칼, 과일을 깎기 위해 사용되는 과도 등 수없이 많다.

칼은 칼날이 있다. 시퍼렇게 서 있을수록 좋다. 좋은 칼은 얇으면서도 강함을 지녀야 한다. 무딘 칼은 칼이 아니다. 이렇듯 사람의 일상에 없어서는 아니 될 유익한 칼이라도 누가 칼자루를 잡느냐에 따라 그 용도는 180도 변한다. 의사의 손에 칼이 잡히면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되지만 강도에게 칼이 잡히면 사람을 죽이는 칼로 변한다.


지난 12일 북한이 ‘은하3호’ 로켓을 발사, 1,2,3단 분해에 성공해 ‘광명성3호’란 물체를 위성궤도에 진입시켰다고 동영상을 통해 발표했다. 1998년부터 지난 4월까지 4번 실패, 이번엔 성공했다고 한다. 이번 로켓은 사거리 1만3,000킬로미터가 넘어 미국 본토가 타격 가능 안에 있다. 유엔과 전 세계가 우려한 일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들 주장은 위성발사라 하지만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은하3호’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장거리 로켓발사시험임엔 틀림없다. 그들은 로켓 발사이후엔 반드시 핵실험을 해 왔다. 이번에도 핵실험이 따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은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강도가 잡고 있는 것과 같다.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하고 있을 당시 독일엔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목사요 신학자였다. 그는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 조직된 첩보국에 가담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1943년 3월 체포됐고 2차 대전이 끝나기 전인 1945년 4월9일 39세의 나이에 교수형으로 처형됐다.
목사가 왜 암살단에 가입했을까. 그의 주장은 히틀러를 ‘미친 운전자’로 비유한다. “미친 자가 도로에 올라 운전하고 다니며 사람들을 치어 죽여 살상하고 있을 때 그냥 놔두고 보고만 있어야하나. 그런 상황에선 미친 자를 차에서 끌어내야만 한다. 그 미친 자가 바로 히틀러”라고. 북한의 김정은이 ‘미친 운전자’가 아니란 법은 없다.

‘은하3호’로켓 발사에만 최소 7억8,000만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집계된다. 북한의 지금까지 미사일개발 비용만 17억4,000만 달러, 핵 개발비까지 합하여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32억 달러(한화 3조45백억원)가 투입됐다.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이 북에 준 돈이 3조5,000억원(35억달러)인데 그 숫치가 이상하게 잘 맞는다. 묘하다.

북한에서 지출된 32억 달러란 돈의 가치는 북한 주민의 3년 치 식량분의 가치와 같다. 알기로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굶어서 죽었고 지금도 앙상한 뼈만 남은 채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이 수없이 많다는데 그 돈을 그들의 식량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엉뚱한데 이용해 세상을 어지럽히며 놀라게 하는 북한의 정책이 마냥 의심스럽다.

한국 대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와 남한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는가에 온 국민이 매달려 정신이 없다. 이런 정국에 쏘아 올린 은하3호. 북풍인가, 남풍인가. 참으로 유감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어진 세습권좌의 체제유지와 당의 결집을 위한 제스츄어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과 한판해도 지지 않겠다고 하는 용트림엔 틀림없다.

북한의 기만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로켓이 고장 난 것처럼 속이고 느긋해진 정보망 속에 그냥 쏘아 올렸다. 그대로 믿어버린 남한이나 미국 등이 뒤통수를 맞고 아파하는 것은 사후약방문이나 마찬가지다. 참 순진하다. “로켓발사 강행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라 발끈하지만 남한은 우주과학이 북에 비해 10년 뒤떨어져 있다.

이젠, 언제 북의 미사일이 핵탄두가 되어 미국에 떨어질는지 모른다. 의사의 칼은 생명이요 강도의 칼은 죽음이다. 핵도 같다. 히틀러 같은 자는 차에서 끌어내려야 하듯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으려는 북한의 김정은도 끌어내려야 하지 않을까. 북으로 간 35억 달러, 핵미사일 되어 남으로 돌려 갚아지면 남한 사람들 어디로 피해야 하나. 남한사람들 정신 차려 대통령 잘 뽑아야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