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허리케인을 이긴 헨델의 메시아

2012-12-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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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뉴욕중부교회 목사)

더 이상 뉴욕도 뉴저지도 자연 재해로부터 보호받는 지역은 아닌가 보다. 한 여름에 우박이 떨어지고 지진과 토네이도가 행차를 하더니 이젠 사상 최대의 허리케인과 눈 폭풍 기습을 당했다. 여기에 정전과 주유대란으로 마치 불안한 중동사태의 현장 같은 거리 풍경을 보는 듯 했다.

잔뜩 오랜 불황으로 움츠려 오던 시민들에게 그나마도 지난 추수감사절은 평소에 감사가 없이 평온하게 살아왔던 무감각함을 일깨워 준 감사절이 되어 다행이었다. 이제 금년도 한 달 남짓 남았다. 언제나 지나간 시간들은 아쉬움이고 다가올 시대는 더욱 불확실성에 두려움이 커져만 간다. 이것을 아셨기에 하나님은 한 해 마지막 달에 성탄의 종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57세의 음악가는 거듭되는 실패로 삶의 허리케인을 당하였다.


정신적인 낙담과 늘어나는 빚더미 속에 함께 찾아온 온갖 질병들은 모든 소망을 다 앗아 가버렸다. 그 때 자선 음악협회로부터 메시아 작곡을 의뢰받게 된다. 그는 처음엔 개인적인 재기의 기회를 삼겠다고 결심하며 작곡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노래 가사를 한 줄 한 구절을 읽고 음미하는 가운데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영적인 깊은 감동을 받기 시작했다. 먹고 자는 것도 잊어버렸다. 미친 사람처럼 신의 손이 자신의 손을 붙들고 오선지 위를 달리면서 눈물로 범벅이 되어 환희와 기쁨 가운데 살아계신 메시아를 만났다. 이렇게 24일 만에 태어난 대곡이 그 유명한 G.F. 헨델의 <메시아>라는 작품이다.

이 곡은 처음부터 공연장에서 연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더블린에서 초연되었을 때 얼마나 성황을 이뤘는지 공연장이 비좁아 부인들에게는 정장 치마를 넓게 하는 후프 착용을, 신사들에게는 칼을 착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이때 얻어진 수입금 전액이 불우한 이웃들에게 나눠졌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270년간 여전히 자선음악회는 온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메시아>는 3부로 구성된 곡으로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생이라는 굵직굵직한 구원의 파노라마를 오라토리오 풍으로 노래하며 연주한다. 이 중에 유명한 할렐루야 합창은 청중들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하는 웅장한 힘이 스며있는 곡이기도 하다. 하이든은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이 곡을 듣고 천지창조를 만들었고 베토벤도 헨델을 가장 존경하는 음악가로 삼았다고 한다. 소프라노 아리아 중에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는 유럽의 기독교인들의 묘비에 가장 많이 애용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오늘날 합창이 사라진 시대에 이제 대합창제가 어메리컨 코리언들에 의해서 전곡을 영어로 노래하게 된다. 우리 모두의 자긍심이 아닐 수 없다. 팍팍한 세상에 소망과 구원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 음악회는 수년전부터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자선음악회이다. 금년에는 뉴욕의 한인 실버들과 한미 정신 건강협회와 아이티의 의료혜택을 위해서 도움의 손길을 펼치게 된다. 12월 5일 주일 오후 7시에 퀸즈 칼리지 콜든 센타에서 삶의 허리케인을 당한 모든 이들을 기쁘게 초청한다. 헨델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 감동과 도움의 손길이 우리 모두의 손을 잡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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