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중시대 한반도의 역할

2012-12-04 (화)
크게 작게
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현재 세계정세는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힘이 국제질서의 판을 새로이 짜고 있다. 공산권 몰락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구소련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개혁, 개방후 이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슈퍼파워 자리를 넘볼 만큼 급성장했다. 중국의 급부상은 상대적으로 9.11 테러를 정점으로 미국의 슈퍼파워가 무너지면서부터 그 면모를 드러냈다. 두번의 대테러전은 미국 국고를 바닥냈고 미국을 끝없는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하드파워 중에 경제력은 절대적이다. 여전히 미국의 국방력이 세계최대이나 미국에 버금가는 막강한 국방력을 보유하고도 경제위기로 하루아침에 무너진 구소련처럼 미국 쇠락의 주원인은 역시 경제침체이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어 유럽마저 휘청거리나 중국에는 오히려 호기가 되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무역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세계최대의 달러보유국이 되었고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 되었다. 미국도 어쩔 수 없이 세계패권을 꿈꾸는 중국의 도전을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부시의 대중국 봉쇄정책과는 차별화된 G2 시대의 개막은 2기에서 경제회생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오바마의 국가전략과 맞물려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더욱이 시진핑 시대라는 새로운 정권과의 융화를 통해 국제사회 유일의 슈퍼파워를 고수하려는 오바마의 복심이 정책적으로 성공한다면 미국의 경제회복을 기점으로 중국은 다시금 2인자의 자리에서 미국의 영향권내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 · 중시대에 한반도는 중견국가에서 강대국으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미 · 중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중견국가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이들 다음으로 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을 등에 업고 일본이 누린 경제호황으로 강대국이 된 것과 달리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딜하면서 동북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신강대국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 · 중시대 미국과 중국의 국가전략을 분석하여 그 흐름 속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한반도의 국가전략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고 미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 번 째 무역 상대국이다.
현재의 발전속도라면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GDP가 미국을 능가하게 된다. 이로써 중국은 세계최대규모의 경제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 · 중시대를 경제발전의 호기로 사용할 수 있다. 우선 대미무역은 정보기술 산업과 제약업종에 수출을 활성화하고 대중무역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 IT, 자동차, 조선기술 등으로 중국시장을 잠식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통화화하기 위해 자본시장에 외국투자자본을 유치하려는 틈새를 공략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자본의 중국내 침투로 미국의 금융권내에 드는 것을 원치 않으며 영토분쟁이 있는 일본의 투자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중국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최대 무역국으로서 중국내 투자에 긍정적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의 경제회복과 중국내 거품이 걷히고 안정적인 경제기반을 갖추는데 일조할 수 있다. 미 · 중시대에 한국이 세계경제 회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 그만큼 정치적인 목소리도 커질 것이고 미국, 중국, 다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강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